[한마당-조용래] 그니, 그미, 그녀

Է:2012-08-0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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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종술이한테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그니는 부단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윤흥길이 쓴 장편소설 ‘완장’ 속의 한 문장이다. 저수지 감시원이란 완장을 찬 안하무인의 주인공 임종술과 작부 부월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과정을 묘사한 대목인데 작가는 부월을 ‘그니’라고 쓰고 있다.

그니는 소설에서 흔히 ‘그녀’ 대신 쓰인다. 어머니(엄니), 할머니 등에서처럼 ‘∼니’가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그니는 나름 근거도 있는 것 같고 구수한 느낌을 준다.

“여자가 트레머리를 풀었다. 짙은 향내를 풍기는 머리 단이 그미의 목덜미에서 출렁댔다.”

박영한의 소설 ‘머나먼 쏭바강’에서는 그녀 대신 ‘그미’란 말이 나온다. 그녀를 멋스럽게 부르는 표현인데 왠지 모르게 낯설다. 그녀란 말을 애써 피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녀’라는 표현을 왜 그리 피하려는 걸까. 신문 기사에서도 남성에게는 ‘그’라는 말을 대명사로 쓰지만 ‘그녀’라는 말은 안 쓴다. 여성을 지칭할 때도 ‘그’로 통일하는 것을 보면 ‘그녀’는 거의 금기어다. 그 이유가 이번 정치권에서 빚어진 막말 파문에서 드러났다.

요즘 ‘그녀’란 말,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년’ ‘그녀는’이란 말이 화제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에 대해 ‘박근혜 의원… 그년 서슬이 퍼래서’라는 글을 남겼다가 사단이 벌어졌다.

항의가 빗발치자 이 최고위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되레 커졌다. 급기야 7일 이 최고위원은 ‘그녀는’의 오타(誤打)였노라고 변명하면서 “본의 아니게 욕이 되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꼬리를 내린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8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수이긴 했지만 내심이었던 것 같다”고 다시 본심을 내비쳤다.

그는 졸지에 치졸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사람이기에 상대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도 있고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듭된 군색한 변명, 마지못한 유감표명, 그리고 자기 말 뒤집기로 이어지는 이번 사태는 아무리 박 예비후보가 밉기로서니 공인으로서 정도가 아니다. 최고위원 완장에 눈멀지 않고서야….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윤흥길의 ‘완장’ 중에서)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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