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달원은 승강기 못타게 하는 각박한 인심

Է:2012-08-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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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 만들자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고가 아파트에 최근 신문이나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들의 승강기 이용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었다. 층마다 승강기를 멈추는 바람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급한 볼일이 있는데 층마다 승강기가 멈춘다면 시간이 지체되기 마련이라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에 신문이나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들은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운동이나 취미삼아 배달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개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잠을 줄여가며 생활에 충실하려는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편의 시설인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은 지나치게 몰인정한 것 아닌가.

장기간의 경제침체로 강남에도 은행 대출이 아파트 시세를 넘거나 육박하는 가구가 적지 않고, 생활이 어렵기는 부자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른 새벽에 주민들의 신문이나 우유를 배달하는 우리 이웃이 승강기를 이용하는 것이 못마땅해 대문짝만한 경고문을 내건대서야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려울수록 서로 도와가며 상부상조하는 것이 자랑스런 우리의 전통이란 사실을 잠시 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최근 들어 너나없이 생활이 팍팍해지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이웃을 되돌아보는 여유가 없어진 지 오래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초소를 합쳐 최저임금을 겨우 면할 정도로 박봉을 받는 경비원을 줄이는가 하면 아예 단기간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계산에 빠른 이익사회로 급속히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때란 말이다.

상류층 1%를 위한 고품격 주거단지에 서민 주거의 대표 격인 임대아파트가 상당수 포함돼 입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된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사건도 같은 경우다.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아예 주상복합의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곳 거주자와 만나지 않도록 통로부터 별도로 만들어 적지 않은 말썽이 일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형편이 어려운 임대아파트 입주자를 눈엣가시처럼 취급한 것이다.

어려운 사람이 고통받을 때 기꺼이 이를 나눠 가질 줄 아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불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우리 주위에 좀 더 어려운 사람이 없는지 담담하게 살펴보는 여유와 너그러움이 아쉽다. 거듭 강조하건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소한 불이익은 기꺼이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많이 딴다고 하루아침에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위해 조금씩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진정 살기 좋은 공동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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