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남극의 야자수

Է:2012-08-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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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은 전체 면적 1440만㎢ 중 98%가 1년 내내 얼음으로 덮여 있다. 얼음의 평균 두께가 1.6㎞다. 러시아의 보스토크 남극기지는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1983년 7월 21일 기온이 영하 89.2도였다. 1997년 겨울에는 영하 91도까지 떨어졌다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비공인 세계기록인 셈이다. 이곳은 연평균 기온이 영하 55도, 겨울철인 7∼8월 평균기온은 영하 67.3도다.

월 평균기온이 가장 추운 곳이라는 기록도 남극에서 세워졌다. 미국 과학재단과 해군이 해발 3500m의 남극고원 한가운데에 지은 플래토기지의 1968년 7월 평균기온은 영하 73.2도였다. 남극에 각국이 기지를 건설하고 온도를 재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은 시베리아 오미야콘 마을이었다. 기록은 영하 71.2도다.

이런 남극에도 야자수가 무성했던 때가 있었다. BBC는 최근 독일 괴테대와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이 남극의 지질환경을 연구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5300만년 전 남극은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 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남극대륙 해안가에는 야자수를 포함한 열대성 식물이 무성했고 산 중턱에는 너도밤나무와 침엽수가 자랐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신의 지문’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동아프리카 특파원으로 일했던 그레이엄 핸콕이 쓴 책이다. 그는 남극대륙이 전설 속 고대문명 발상지인 아틀란티스라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 보관했던 지도에 빙하 아래 숨어 있는 남극대륙의 해안선이 아주 정확하게 묘사돼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남극대륙에서는 석회암 지층과 양치류 화석이 꾸준히 발견된다. 핸콕은 남극대륙이 적도에 가까운 대서양 한가운데 있었고, 갑작스러운 대륙이동으로 고대문명이 얼음 속에서 멸망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물론 기후학과 지질학을 전공한 학자들은 핸콕의 주장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 남극에서 발견되는 야자수의 흔적은 대륙이동 때문이 아니라 지구의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아내리고, 야자수가 다시 자라게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서울에서 열흘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잠이 안 오니 이리저리 뒤척이다 ‘남극에서 야자수가 자란다면 한반도는 얼마나 더울까’라는 황당한 생각도 한다. 지구온난화를 다시 한번 걱정케 하는 무더위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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