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찬희] 베니스의 상인

Է:2012-08-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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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로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베니스는 ‘물의 도시’다. 석호(潟湖) 위에 떠 있는 섬을 연결한 탓에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다. 베니스는 십자군 원정으로 동방무역이 확대되면서 14∼15세기 초에 해상무역공화국으로 영광을 누렸다. 생선과 소금 외에는 생산품이 없던 도시는 조선업, 해운업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얻는다. 활발한 무역은 상업혁명을 불렀고, 모직물·가죽·유리제품을 생산하는 공업 발달로 이어졌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은 이때를 배경으로 한다. 가장 강렬한 등장인물은 단연코 샤일록이다. 유대인이라는 출신부터 고리대금업이라는 직업까지 눈에 확 띈다. 당시 유럽에서 유대인은 예수를 죽인 이교도로 천대받았다. 교회의 허가 아래 가장 천한 직업인 대금업에 종사했다.

유대인이 주름 잡던 유럽의 대금업은 르네상스, 대항해시대를 거치면서 변신을 거듭한다. 무역의 발달은 자금 중개를 기본으로 하는 금융업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금융업은 태생부터 국가의 비호를 받는 산업이다. 모든 은행이 원칙으로 삼고 있는 최소지불준비제도(부분지불제도·예금 가운데 전액이 아닌 일부만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금융제도)가 단적이다. 국가의 묵인 아래 금융업은 예금 자산의 수백배까지 대출을 해주고 수익을 거두는 ‘땅 짚고 헤엄치기’가 가능해졌다. 수많은 금융가들은 권력자, 황제에게 돈을 빌려주며 ‘우산’ 아래로 들어갔다. 이들은 고의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려 이익을 올리고, 전쟁자금을 대주기도 했다. 유대계인 로스차일드 가문(창업주는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도 이런 혼돈 속에서 세계적 금융재벌로 성장했다.

물론 금융업은 자본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효율과 이윤을 추구하면서 산업·경제발전의 막강한 동력 구실을 했다. 하지만 ‘고삐’가 풀린 금융업은 위험하다. 금융의 또 다른 얼굴은 탐욕이기 때문이다. 전성기를 누리던 베니스 귀족·상인의 금고에 가득 찬 돈은 금융과 부동산으로 몰렸다. 이어 과시소비, 예술·건축으로 옮겨갔다. 그렇게 베니스는 서서히 침몰했다. 건전한 경제 활동, 자금 중개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돈 놓고 돈 먹기’에 치중하는 금융은 모래성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은 어떤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고무줄 대출금리, 각종 부당영업을 보면 샤일록이 생각난다. 돈을 빌려주고 생명을 요구하는 샤일록, 그 무시무시한 탐욕이 자꾸 떠오른다.

김찬희 차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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