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의 늪’ 청춘을 저당잡다… 대학생·졸업생 959명 실태 조사
홍모(31)씨는 재학 중 어려워진 집안 형편 때문에 휴학을 거듭하다 2009년 겨우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졸업 후 문제는 더 커졌다. 당장 힘들더라도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정규직 취직을 알아보던 홍씨는 대출금 상환 독촉을 못 견디고 식당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마지막 4학년 때 받은 학자금 대출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이 졸업 후 꿈을 포기하거나 학업마저 중단하게 하는 등 대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짓누르고 있다. 2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학자금 대출자의 상환 부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을 대출받은 경험이 있는 대학생(중퇴·재학생 포함) 및 졸업생 959명 중 21.3%가 대출 상환을 위해 하기 싫은 일을 그만두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대출 상환 부담 때문에 적성이나 비전보다 보수를 먼저 고려해 일자리를 구한 경우도 23.5%에 달했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본 이도 12.8%였다.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은 학업도 포기하게 했다. 대출 경험이 있는 중퇴생 중 35.5%가 ‘가정의 경제적 형편’을 중퇴 사유로 꼽았다. 실제 중퇴생들은 대출금 상환 연체 경험(39.1%)이나 상환을 아예 유예한 경험(19.6%) 모두 전체 응답자(34.6%, 12.5%)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금을 갚는 주체가 학생 본인인 경우 부담의 정도는 훨씬 높았다. ‘싫은 일을 그만두지 못한 경험’은 본인이 상환 주체인 경우 30.5%에 달해 본인이 아닌 경우(11.7%)보다 2.6배나 많았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소비와 지출을 줄인 경우는 전체 응답자 중 40.4%였는데 본인이 갚는 경우에는 50.8%로 늘어났다. 대출금 상환 연체 경험도 본인이 갚는 경우(41.0%)가 그렇지 않은 경우(28.0%)보다 월등히 많았다. 전체의 4.3%가 대출금 상환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을 당겨 써본 경험이 있었으며, 본인이 상환 주체인 경우엔 6.2%로 더 많아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손희전 연구원은 “경제난과 취업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출 상환은 학생들에게 심적·물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학자금 대출 상환을 취업 시까지 유예하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일명 든든학자금) 확대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든든 학자금 외에 일반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은 매월 이자를 갚아야 하며, 졸업 후에는 소득이 없어도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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