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 첫 단추 꿰나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행정보조로 일하는 A씨는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무급근무를 했다. 근로자의 날은 원래 유급휴일이어서 휴일근무수당을 받아야 하지만 정규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 “그냥 나와”라는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학교를 지켜야 했다. A씨는 “학교에서 절대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 중 수당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한 중학교에서 교무보조로 일하는 B씨는 여름방학식이 있던 지난주까지 ‘수박 셔틀’에 시달려야만 했다. 원래 업무는 공문처리 등 행정실무지만 학부모들이 보낸 수박을 돌리라는 교감의 말에 수박을 잘라 돌렸다. B씨는 “올 여름 내가 직접 잘라 돌린 수박만 15통이 넘는다”며 “인사철에 지겹도록 돌리던 떡도 모자라 여름에는 수박까지 돌려야 한다”고 푸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A씨가 일하는 초등학교처럼 근로기준법을 어겨가며 수당 지급을 미루고 있는 학교들이 확인된 것만 30∼40여 곳이나 된다. 서울지부 곽승용 조직국장은 “학교비정규직은 교육감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개별 학교에서 고용하기 때문에 신분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며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학교장의 전횡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이 고민을 털어놓는 인터넷포털 다음카페 익명게시판에는 잡초 뽑기 강제동원과 반말하는 교사들, 떡셔틀·커피셔틀 같은 잡무, 음악실·미술실·과학실 청소하기, 심지어 교무실 냉장고 청소를 했다는 사연까지 올라와 있다. 이렇게 학교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학교비정규직의 한 달 월급은 고작해야 90여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일당 4만5500원에 근무일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255일(서울시교육청 기준)을 곱한 뒤 다시 12개월로 나눈 금액이다. 정규직인 교사와 달리 방학이나 휴일근무를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속연수가 1년이든, 20년이든 받는 금액은 똑같다.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끊임없이 ‘교육감 직접고용’과 함께 ‘호봉제’를 주장해왔던 이유다.
서울시교육청이 26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처음으로 ‘2012년 제1차 본교섭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해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첫 단추가 끼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첫 교섭이 예정된 서울을 제외하고 현재 비정규직노조와 교섭을 해온 교육청은 경기·광주·전남·강원·전북 등 5곳에 불과하다. 교과부와 나머지 10개 시·도 교육청은 교섭을 거부하고 있어 비정규직 학교 노동자들은 나머지 지역에서 9월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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