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재벌이 脫순환출자 앞장서라
18대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재벌개혁이 핫이슈로 도마에 올랐다. 여야 대통령 예비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들먹이면서 재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재벌개혁은 대선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다. 말하자면 재벌개혁은 지금까지 말만 요란했을 뿐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여야의 경제민주화 내용은 전반적으로 어림 비슷하지만 재벌개혁에 있어서는 의견이 확실하게 갈린다. 예컨대 새누리당 박근혜 예비후보 측은 신규순환출자만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고 야당인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신규뿐만 아니라 기존의 순환출자까지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형성된 독특한 한국판 대기업지배구조의 모습이다. 계열사 A는 계열사 B의 지분을, B는 계열사 C의 지분을, C는 A의 지분을 보유하는 ‘A→B→C→A’식의 환상형 순환출자를 통해서 총수는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1%도 안 되는 소유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거느리고 초법적인 경영을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1주1표주의’에 입각한 자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여당은 신규순환출자만을, 야권은 순환출자 전면금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문제는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거론된 바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순환출자 전면금지와 관련해서도 점진적으로 시한을 두고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섞여 있다. 순환출자로 연결된 계열사 중 한 곳을 택해 대주주나 해당 계열사가 연결 지분을 사들이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23일 재벌닷컴은 재벌들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추산해 발표했다. 삼성그룹 4조3000억원, 현대기아자동차그룹 6조1000억원 등이다. 순환출자를 해소하자면 수십조원이 들 것이라던 기존의 주장과 사뭇 다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재벌그룹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벌개혁의 최종목표가 재벌해체를 포함한 대기업 죽이기로 비화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자면 이제는 재벌집단이 순환출자 해소에 앞장서 불공정성의 문제를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 순환출자에 내포된 불공정성 문제 해소 없이는 경제민주화 이슈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의 원칙 차원에서도 재벌들이 편법 증여, 순환출자 등의 문제에 얽매이는 것은 해당 그룹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무리 훌륭한 공익재단을 만들고 저소득 계층을 위해 이익의 일부를 나눈다고 해도 근본적인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면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는 없으며 그 이상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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