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원색의 목판화·수채화로 만나는 개화기 조선…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엘리자베스 키스/책과함께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를 아는지. 이 회갈색 눈의 영국 여성 화가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구한말 조선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 풍경과 풍속을 판화 수채화 등으로 남겼다. 또 여행하면서 느낀 감상을 언니에게 편지로 썼는데, 이 책은 그 그림과 글을 묶은 것이다.
원서 ‘Eastern Window’는 1928년 미국에 출간됐을 당시, 서양인에게는 동양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여는 창이었다. 이제 21세기 우리에게 이 책은 개화기 조선이 서양인의 시각에 어떻게 비쳤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대개 서양인이 찍은 흑백 사진으로 전해지는 구한말의 풍경은 남루하기 그지없으나 키스의 원색 목판화, 수채화 등에서 조선인들의 삶은 역동적으로 살아난다.
“압록강이 홍수로 넘실거리던 날, 결혼식 구경을 하겠다고 배를 타고 행렬을 따라가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하고 결국 결혼식 행렬도 놓치고 만 일 기억하지죠? 그 후 여러 차례 결혼식 구경을 했는데, 오늘은 얼마 전에 초대를 받아갔던 결혼식 이야기를 할 게요.”(30쪽)
그래선지 ‘신부행차’ ‘시골결혼잔치’ ‘한국 신부’ 등의 그림에선 설렘과 흥겨움이 묻어난다. 또 ‘장기두기’ ‘왕릉 앞에 선 시골 선비’ ‘원산학자와 그 제자들’ 등에서 남성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평양의 대동문’ ‘원산’ ‘금강산 전설적 환상’ 등의 풍경에는 특유의 정감이 배어 있다.
책은 한국 중국 필리핀 일본 하와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나라 문물을 그림과 글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송영달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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