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아름다운 노년
얼마 전 저녁 먹는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로 인해 노년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다. 동석하신 교수님이 이런저런 가족사를 얘기하시던 중에 84세 노모께서 세 번째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다. 듣고 있던 우리는 입을 모아 “와, 멋지다!” 하며 작은 탄성을 질렀다. 평범한 할머니께서 책을 세 권이나 내다니 감탄스러울 수밖에.
10여 년 전 아버님을 먼저 보내고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다 못한 선생님이 글쓰기를 권유했다고 한다. 국어교육을 전공했고, 말과 글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 분다운 발상이었다. 어머니의 인생을 돌아보며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시대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기록해 보라고 했더니 학창 시절을 써보고 싶다고 해서 ‘경성에서 학교 다니기’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글에는 그 시절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고 하니 미시사적인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어느 인생이든 시대의 강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니 개인사 속에 생활사, 풍속사가 들어 있게 마련이고, 그것들을 꼼꼼하게 잡아내어 기록한다면 그 시대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까.
나이가 들어도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면서 노년기를 아름답게 물들여 가면 좋겠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처럼. 은퇴 후에 더 이상 출근하지 않게 된 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 힘들게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분들은 급격히 늙어간다고 한다. 그동안 매여 있던 것들에서 놓여나 이제 드디어 내 맘껏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은가. 70대에 글쓰기 공부를 하며 책을 쓸 수 있듯이 인생에서 배울 것은 얼마든지 많으며, 그만큼 할 일들도 많다.
나는 평소 은퇴 후에는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동안은 나와 가족을 위해 눈 돌릴 겨를 없이 살아왔더라도 은퇴 후에 나눔과 봉사에 적극 참여한다면 개인적으로도 외로움이나 소외감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노령 인구에 대한 부담이 적어질 것이다.
비록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짐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노년기를 더욱 활기 있게 해줄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 들어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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