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경아] 고마운 이 땅의 식물들

Է:2012-07-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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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오경아] 고마운 이 땅의 식물들

7년 만에 맞는 한국의 여름이다. 그동안 영국 기후에 몸이 맞춰졌는지 몸살로 고생이다. 1년 내내 비가 오는 영국은 날씨 변화가 그리 없다. 여름에도 27도를 잘 넘기지 않고, 겨울에도 영하의 혹한은 별로 없다. 우리와 같은 온대성 기후지만 영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식물재배 문화를 잘 발달시킬 수 있었던 데는 이 온화함과 연중 골고루 분포된 강수량이 절대적이었다.

우리는 사계절이 아니라 월별 변화가 얼마나 강렬한지 모른다. 7월 장마가 끝나고 나면 불볕더위가 올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넉넉잡아 보름만 견디면 된다. 8월 중순이면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가 주저해지며 물놀이 시즌이 끝나버린다.

그리고 느닷없이 일교차가 10도 넘게 널뛰기를 하다가 한 달이 채 못 돼 설악산 대청봉에 첫서리가 내렸다는 보도가 나올 것이다. 곧이어 국토가 단풍으로 알록달록하고, 다시 채 한 달이 안 돼 강원도 깊숙한 곳에서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온대성기후가 아니다. 봄, 지독한 황사에 가뭄까지 일면 사막형 기후가 되고 여름, 장마와 더위로 국토 전체가 김이 나면 아마존 숲의 열대기후다. 그리고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치면 영락없는 알래스카에서나 보이는 툰드라기후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계절의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한 나라!

얼마 전 한국음식의 대가라는 분에게 우리 음식이 이토록 다양하게 발달한 이유를 물으니 “뚜렷한 사계절로 인한 다양한 곡물의 재배”라고 답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할 점이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쌀, 보리, 옥수수, 감자, 각종 채소 등은 모두가 1년생 식물이다. 해를 거듭해 나오는 식물들이 아니고 씨를 뿌려 꽃을 보고 열매를 맺으면 그해 늦가을 그 생명을 다한다. 이와 상반된 개념으로 겨울을 나고 해를 거듭해 나오는 다년생 식물군이 있다. 나무, 초본식물 중에 숙근초라고 불리는 식물군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다년생 식물군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다. 그 이유는 분명 날씨에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겪으며 살아줄 식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자생식물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아주 잘 견디며, 잘 살아 주어서 고맙다고 말이다.

오경아(가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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