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생모와 만남 앞둔 벨기에 입양인 킴씨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캘리그라퍼 강병인의 작업실.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킴(34·여)씨가 전통 붓을 쥐고 조심스레 먹을 묻혔다. 생전 처음 써 보는 한글이었지만 킴씨는 제법 능숙하게 ‘꽃’자를 써내려갔다. 친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이날 킴씨는 “빨리 엄마와 언니를 보고 싶다”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킴씨는 마포구와 홀트아동복지회가 공동 주최하는 해외입양인 모국체험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1일 모국 땅을 밟았다. 이날은 서예 및 한국화 그리기 체험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에 함께 한국을 방문한 22명의 입양인 중 친가족 상봉을 하게 된 사람은 5명. 킴씨는 그중 한 명이다.
킴씨는 생후 3개월이던 1978년 벨기에의 전기기술자 가정에 입양됐다. 딸만 내리 다섯을 낳았던 친부모는 킴씨가 태어나자 그를 곧장 입양기관에 맡겼다. 킴씨는 “아들이 아니라고 자식을 내쳤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가난했을 집 사정을 생각하니 원망스럽지만은 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벨기에인 양부모는 킴씨를 친자식처럼 길렀다. 킴씨는 활발하고 건강하게 자랐다. 그러던 중 2002년 양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독립해 살던 킴씨는 2009년 친부모를 찾기로 결심했다. 킴씨는 “나이가 들면서 내 정체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벨기에인으로 살면서도 늘 한국 사람들과 연결고리가 있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킴씨는 지난해 홀트아동복지회에 친가족 찾기를 요청했다. 출생증명서, 킴씨가 입양 당시 열이 많이 나 병원에 입원했던 것, 일본을 거쳐 벨기에로 간 사실 등 각종 기록을 바탕으로 어렵사리 자신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리고 올해 초 마침내 친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어머니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킴씨는 목이 메는 듯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킴씨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서 “나와 헤어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해외입양인들은 한국어교실, 한국요리교실, 태권도교실, 서예교실, 전통뮤지컬 관람 등을 통해 한국문화를 체험한 뒤 오는 24일 출국한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