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끄기·계단이용하기 등… 교회가 먼저 ‘자발적 불편운동’

[미션라이프] #.서울 봉원동 봉원교회 박용권 담임 목사는 이달 초부터 교회내 음료자판기 운영을 중단했다. 기한은 다음달 말까지 두 달 간이다. 또 이 기간에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겠다며 예배광고 시간에 성도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박 목사는 “성도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우리 덕분에 세상은 좀 더 편해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교계를 중심으로 한 ‘스스로 불편해지기’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발 경기침체 여파로 가계와 기업에 불황이 그늘이 드리워지면서 등장한 ‘자발적 불편운동’으로 기독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총대를 멨다.

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장인 신동식 목사는 17일 “우리는 지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최근에 불어 닥치는 글로벌 경제위기 뿐만 아니라 낭비와 무절제한 삶이 만연한 한국사회 자체가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교회와 성도들이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실천 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해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며 풍요와 과잉의 부작용을 줄여나가자는 게 이 운동의 기본 취지다. 과거 기윤실이 펼쳐 왔던 ‘자발적 가난운동’, ‘자발적 검소운동’의 현대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분야는 절전(節電)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가 펼치고 있는 ‘교회 절전소’ 운동은 기윤실의 자발적 불편운동과 일맥상통한다. 교회 절전소 운동은 교회들을 대상으로 한 ‘전력량 10% 줄이기’ 캠페인이다. 이달 초 시작할 때부터 전국에서 132개 교회가 동참했다.

십자가 조명시간 단축부터 예배당 적정실내온도(26~28℃) 유지, 대기전력 차단 타이머 등 절전기기 활용 등이 주요 실천과제다. 이밖에 주일에 교회 갈 때 자전거나 대중교통 이용하기, 재생용지 사용하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도 실천 아이디어로 꼽히고 있다.

최근 경기 안양시 소재 교회 100여 곳이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십자가 불끄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대표적인 교회 절전운동 사례다. 전남 순천의 순천대대교회(공학섭 목사)의 경우, 내달 9일 같은 노회 소속 교회 20곳과 더불어 교회 절전운동에 동참하는 선포식을 가지기로 하는 등 한국교회의 자발적 불편운동은 확산 추세다.

조제호 기윤실 사무처장은 “교회와 성도들의 자발적 불편운동은 ‘이웃 섬김’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자발적 불편함이 더 겸손하고 신뢰받는 한국교회를 만드는 자양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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