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곽한주] 불안산업

Է:2012-07-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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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곽한주] 불안산업

얼마 전 로또 당첨을 도와주는 웹사이트들이 인기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산업분류로는 ‘로또 당첨 확률 증대 정보제공업’쯤 될 이 신종산업은 자주 나올 숫자의 조합을 알려주는 등 비결을 전수해 당첨 확률을 높여준다고 주장한다. 기사를 보고는 “돈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며 콧방귀를 뀌었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제대로 대접해야 할 중요한 사회, 경제, 문화현상의 징후였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로또에 매달릴까? 목돈을 손에 쥐고 싶은 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목돈을 갖고 싶어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불안해서”였다.

미래 불안으로 신종업 번성

연금도 받지 못하고 넉넉한 재산도 없는 서민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단으로 로또에 매달린다. 로또만 되면 늘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사는 인생이 확 필 것 같은 희망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희망이 아니다. 희망의 가면을 쓴 불안일 뿐이다. 이렇듯 미래에 대한 불안은 로또 및 관련 산업의 기름진 토양인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근래 번성하는 산업 중에는 불안을 먹고사는 산업들이 적지 않다. 로또업 이외에도 학원이나 성형산업이 이에 해당한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불안을 대상으로 했던 산업으로는 점술업이 있다. 불안산업은 인생살이가 편치 않은 불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고객에게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입시학원은 일류 대학에 가지 못하면 평생 낙오자 인생을 살지도 모른다는 청소년과 그들 부모의 불안을 먹고사는 산업이다. 공무원시험 학원이나 고시학원, 갖가지 취업학원들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하면 평생 찌질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불안을 먹거리로 한다. 이러한 불안에 대한 해결책으로 높은 점수와 좋은 스펙을 제시하며 돈을 챙긴다.

입시와 취업만이 우리의 불안의 원천인 것은 아니다. 요즘 성형 열풍을 보라. 흔히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성형수술은 남들과 비교될 때 느끼는 불안 때문에 하게 된다. 외모 때문에 좋은 직장을, 좋은 배우자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덜기 위해서 성형을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외모에 자신 없는 사람들에게 외모가 준수하지 않으면 언제나 선택의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불안산업은 성업 중이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불안은 점수가 적거나 외모가 못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구조적 문제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괜찮은 직장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경제사회구조, 물질적 탐욕을 부추기고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와 같은 사회구조적인 것들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 것들을 개선하지 않고 불안이 해소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물고기를 잡으러 나무에 올라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회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불안산업은 불안의 해소를 약속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이들 산업은 고객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채 오히려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긴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거래 계약서 뒷면에는 자신들은 만족을 보장할 수 없으며 불안 해소는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하는 약속 실현의 조건을 숨겨 놓는다. 그러니 불안을 해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고 실패를 내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불안산업은 번창한다. 그래서 불안을 먹고사는 불안산업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병의 징후다.

곽한주 명지대 교수 디지털미디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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