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다이어리

Է:2012-07-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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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안주연] 다이어리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에게 집 전화번호를 묻자 아인슈타인이 열심히 수첩을 꺼내 찾았다. “아니! 천재인 당신이 전화번호 하나를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놀라자, 그는 “이렇게 간단한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라고 답변했다.

아인슈타인처럼 집 전화번호를 기억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꽤 기억력이 없는 편에 속한다. 지난해 몇 명의 동창을 만났는데 상대방은 나를 기억하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내 시간만 사라진 것 같았다. 이건 큰일이다 싶었다. 그래서 2012년 세운 목표 중 하나가 ‘다이어리 쓰기’였다.

일기라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혼자서 투덜거리기 위해서 쓸 뿐 잘 쓰지 않아 몇 장 채우지 못하고 해를 넘긴다.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것 같아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간단한 메모정도라면 1년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이어리에 꼬박꼬박 써 내려갔다. 읽은 책, 본 영화, 친구와 만나서 있었던 일, 특이했던 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남기지 않은 나만의 생각들.

2012년의 반이 지났다. 다이어리를 들춰보니 감개무량하다. 유난히 바쁘게 지나간 반년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다. 독서 성향도 바뀌었다. 새로운 일도 많이 했다. 그리고 생각도 많았다. 이런 메모가 실제로 내 시간을 붙잡아 줄 리 만무하다. 그렇지만 하루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기억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이 많으면 그 시기가 길게 느껴지고, 기억할 게 없으면 짧게 느껴진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 만남이나 충격적인 사건은 당시 환경, 상대방 표정 등이 생생하게 기억나서 길게 느껴지지만 일상적인 일들은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 짧게 느껴진다. 대다수 사람들이 어릴 적 기억이 많이 나는 이유도 모든 것이 새로워서 가슴 설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10대처럼 가슴 설레는 일이 없다. 일상적인 일 투성이다. 자연히 기억나는 일도 없다. 그동안 뭘 했지 혼잣말하면서 한숨 쉴 때가 많다.

그런데 다이어리에 메모를 하면서 사소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다른 해보다 기억나는 일이 많은 것을 보니 가슴 설렐 정도는 아니지만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6개월 후인 2012년 12월 31일. 또 한 살 더 먹는 것이 아쉽겠지만 ‘꽤 괜찮은 한 해였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주연(웨스틴조선 호텔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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