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애란 (3) 남한땅의 불가사의… 사람 차별과 北에 대한 무지

Է:2012-07-11 21:39
ϱ
ũ
[역경의 열매] 이애란 (3) 남한땅의 불가사의… 사람 차별과 北에 대한 무지

서울에서 살려면 100만원은 벌어야 한다고 여겨 새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월수 300만원보장, 250만원 보장이라고 쓰인 구인광고들이 많았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100만원 받는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인데 여기는 250만원이나 주네. 이렇게 월급도 많이 주는 직장에 왜 사람들은 가지 않지.”

신문을 보고 찾아간 곳은 다단계회사였다. 다단계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어리숙한 내게 그 회사 직원이 일단 통장부터 가져오라고 하는 바람에 놀라서 연락을 끊어 버렸다. 보험회사 설명회에 가서 공짜상품을 받아왔을 때는 담당 형사에게 야단맞은 적도 있었다. 이곳저곳 알아봤다. 하지만 일자리는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길 몇 달, 신문배달을 시작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아파트 3개 동에 신문을 돌렸다. 그런데 이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신문을 잘못 돌려 야단맞기 일쑤였다. 제때 못 돌린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한 달간 새벽 2시부터 7시까지 신문을 돌렸다. 그런데 수입은 겨우 28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구직 활동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연금관리공단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통일부를 찾아 연금관리공단에 보내달라고 간청했다. 그랬더니 통일부 장관의 도장이 찍힌 공문을 연금관리공단에 보내주었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젠 좋은 직장에 갈 수 있겠지. 통일부 장관님이 도장까지 찍어주셨는데….’ 게다가 보건복지부에서도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후 좀 기다려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신문을 보니 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인사 발령이 나서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연금관리공단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금관리공단에 가기로 되어있는 이애란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면 연락이 온다고 해서 8개월째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래요. 저희 공단에서는 탈북자를 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5명의 탈북자를 채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채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통일부에서 공문을 보낸 것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런 공문이 와도 공단 사정으로 탈북자를 더 받을 수 없습니다.”

억장이 무너졌다. 그 회사만 바라보고 일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게다가 탈북자를 더 받지 않는다니.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갑자기 피해 의식이 들었다. 북한에서는 우리 같이 출신성분이 나쁜 사람들은 남조선에 가면 대우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남조선에 와보니 출신성분이 나빠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탄광이나 광산에서 일하던 탈북자는 갈 곳도 써 먹을 데도 없었다. 반면 김일성 대학을 나오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국가기관이나 좋은 연구소, 유수 언론사 등 짱짱한 회사에 취직되고 연봉도 훨씬 많이 받았다. 도대체 이게 올바른가. 당시 내가 가장 격분했던 일이다. 사람 차별하는 곳이 남한이었다.

한 가지 더. 햇볕정책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 동포가 굶주릴 때 쌀을 보내지 않으면 북한 사람들이 섭섭해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 사람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지금 북한이 누구랑 싸우고 있는가.

남쪽 사람은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북쪽에선 남쪽 사람이 철천지원수다. 식량난의 원인을 남조선과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무슨 남쪽 사람에게 미련이 있어 쌀을 안 보냈다고 원망하겠는가. 어쨌든 남한 사람은 북한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았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Ŀ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