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정말 하루종일 주님과 동행할 수 없을까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저자와의 만남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

선한목자교회 유기성(55) 목사는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2008년에 나온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기독출판계에서 작가로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말 유 목사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규장)를 출간했다. 올 초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사경회에서 설교한 내용을 쉽게 푼 이 책 역시 베스트셀러의 조짐이 보인다. 하루 24시간 주님과 동행하는 그리스도인을 꿈꾸는 그의 염원이 담긴 책이다.

최근 서울 성남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실에서 그를 만났다.

유 목사는 전형적인 선비형 목회자다. 외모에서 ‘목사의 모습’이 보인다. 말도 조근조근하게 한다. 그러나 메시지는 단호했다. 그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24시간 예수님만 바라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선한목자교회 성도들도 예수님과 동행하는 ‘영성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은 물론 교인들과 교회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과의 동행’. ‘하나님의 임재연습’을 쓴 로렌스 형제나 프랭크 루박, 사막교부들, 대천덕 신부 등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추구했던 명제다. 그들 뿐 아니라 크리스천들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그 분과 동행하고자 하는 열망이 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어떻게’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에서 그는 예수님이 목적이 되는 인생, 예수님만 바라보는 삶에 대해 다뤘다. 예수님만 바라보기 위해서는 ‘눈이 뜨여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눈이 뜨일 수 있는지를 물었다.

“주님의 임재하심은 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고 그냥 교리나 지식으로 알 문제가 아니라고요. 우리 주님은 살아계시고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와 더불어 함께 계시는 분입니다. 그 예수님을 분명히 알면 그때부터 우리의 사역 뿐 아니라 삶 전체가 바뀝니다.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진짜 주인인가. 아니면 예수님은 내게 귀한 손님이실 뿐인가’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이 정말 내 삶의 주님이 되시면 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이 우리 인생에서도 일어납니다.”

그에 따르면 신자의 눈이 뜨였다는 것은 예수님의 생명으로 사는 자가 되었다는 의미다. 예수 생명으로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 ‘나는 죽고, 예수만 살아야’ 한다.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나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세례 받을 때 우리는 이미 장례를 치른 사람이 됐다. 죽음의 세례식이 거행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예수님의 생명으로 사는 자가 된다.

“우리는 예수 안에서 삽니다. 예수님이 우리 안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을 경험하지 못할까요. 나의 죽음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 생명의 역사는 그냥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의 죽음이 분명해야만 비로소 주님의 생명이 드러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노력이 아니지요. ‘내가 예수님과 함께 이미 죽었음을 믿는 것’입니다. 우리의 할 일은 믿는 것입니다. ‘내가 죽었다’는 그 고백을 평생에 한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는 신자와 사역자들이 많습니다. 먼저 믿음으로 ‘나는 죽었다’는 사실을 취하십시오. 그래야 비로소 경험하게 됩니다.”

유 목사는 내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목회하고, 주의 일을 하려한다면 결코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지엄한 사실은 오직 ‘주님 앞에 서는 날’에 알게 됩니다. 평생 하나님을 위해 일했다 하더라도 내가 죽고, 예수로 사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됩니다. 그날, 주님이 ‘나는 한번도 너를 써 본 일이 없다’고 하실지 모릅니다.”

2008년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이 나온 이후 그는 건강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달간 제주도에서 아내와 머문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정말 한 달 동안 예수님과 하루 종일 동행하는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돌이켜 보니 수없이 예수님과의 동행에 대해 설교했지만 정작 자신은 실제 하루 종일 예수님과 살아보지 못했다. 주의 일을 한다고 했지만 그냥 ‘교회 일’을 했을 뿐이었다.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아무런 계획을 하지 않고 예수님만 생각하며 살았다. 하나님이 자신 안에서 역사하시는 것을 추적해 보았다. 아침부터 사소한 모든 것을 예수님에게 물었다. ‘주님이 지금 나와 함께 계신다’는 임재의식 속에서 살려 했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게 한달을 지낸 결과는 놀라웠다. 주님과의 관계에서 눈이 뜨였다. 예수님과의 관계, 그 분과의 친밀한 동행이 자신 삶의 목적이 됐다.

주님과의 관계에서 기쁨이 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여하튼 주님과의 관계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다.

“주님과 동행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죄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죄 짓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목회자로서 실제 내가 전하는 말씀과 삶 사이에 작은 차이가 나오는 것을 절대로 작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과의 임재 속에서 살게 되면 삶의 목적이 달라집니다. 사역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게 있어 진짜 기쁨의 원인이 찾아 졌기에 사람으로부터 기쁨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거의 없어집니다.”

그는 정말 ‘세상과 나는 간 곳 없고, 구속한 주 만 보이는 삶’을 살고 있었다. 실제로 찬송가에 나오는 가사들이 생생하게 자신에게 경험되어진다고 했다. 예수만 바라보는 그 황홀한 기쁨, 행복한 여정이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에 담겨 있다.

“행복하십니까?” 유 목사와의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과거에는 ‘행복한 척’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목회자로서 그래야만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사실 수없이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갈등도 했고요. 그러나 이제 예수님에 대해 눈이 뜨이면서, 그 분과 동행하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오직 그 분 때문에.”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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