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국민의 검찰 vs 정치 검찰

Է:2012-07-0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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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김재중] 국민의 검찰 vs 정치 검찰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아무리 화려한 꽃도 십일을 넘기지 못하고,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못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권불오년(權不五年)’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여서 레임덕이 찾아오는 정권 말에 어김없이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터져 온 나라가 시끄러우니 말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대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은 정권 실세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4월 25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5월 2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7월 3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7월 5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됐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던 이명박 정권이 결국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권력무상을 넘어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이 연루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 때도 그랬지만 이번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 수사도 검찰은 속전속결로 가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소환돼 조사받던 3일 검찰은 정 의원에게 5일 출석하라고 전격 통보했다. 상대하기 쉽지 않은 거물들에게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며 혐의를 입증해내는 검찰 수사는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도 있다. 실세들이 받은 돈의 성격을 보면 대선자금으로 볼 만한 정황이 있는데도 검찰은 한사코 개인 비리로 규정하며 대선자금 수사와 선긋기를 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의 경우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대선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는 “모두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며 말을 바꿨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역시 2007년 대선 직전에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 캠프에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다. 임석(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도 자금을 건네면서 “선거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전·현직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개국공신임을 감안할 때 그들에게 전달된 돈이 대선자금일 것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검찰은 왜 대선자금 수사에 소극적인 것일까. 아직도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권 초·중반에는 살아 있는 권력이 두려워 돈을 준 사람들이 입을 열지 않지만 정권 말기에는 실세들의 금품수수를 검찰에 고발하는 제보가 쇄도한다고 한다. 따라서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대선자금 수사에 나설 수 있고,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최근 검찰 고위 간부는 “저희 입장에서 1+1=2라고 얘기해도 국민들이 볼 때 어떤 의도를 갖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으로 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검찰이 아무리 열심히 수사했더라도 그 결과가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날 때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국민검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10일 대법관 퇴임을 앞둔 그는 그 찬사를 평생의 명예로 삼고 있다고 했다.

검찰에 당부하고 싶다. 지금 진행 중인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방향이 국민의 상식에 맞는 것인지 냉철하게 돌아볼 일이다.

김재중 사회부 차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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