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사랑에 눈 먼 주님

Է:2012-07-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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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목사의 시편] 사랑에 눈 먼 주님

결혼을 앞두고 교제를 하는 교회의 청년들에게 가끔 질문을 해 본다. ‘저 자매(형제)를 왜 사랑하게 되었느냐’ 내게 돌아오는 대답은 여러 가지다. 그의 가정환경이, 그의 성격이, 혹은 그의 외모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다 필요한 것이니까! 그러나 가끔 이런 대답을 들을 때가 있다. ‘저 사람을 왜 사랑하냐구요. 글쎄요.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저 사람이 그냥 좋아요. 그리고 사랑하니까 모든 것이 좋아 보여요’ 나는 이런 대답을 들을 때 흡족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사랑의 본질과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사랑에 조건이 있을까. 만약 조건이 있다면 조건이 사라지면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이유와 조건이 있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또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과 더 가깝지 않을까. 우리가 하나님께 받은 사랑은 적어도 이와 같은 것이리라.

오래 전 본 TV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한 여성이 출연해 온 동네를 다니며 ‘내 남편을 찾아주세요!’ 라는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다. 남편은 정신지체장애자였다. 이 여성은 과거 장애인보호시설의 교사로 일할 때 아주 헌신적으로 돌보던 한 환자를 돌봤는데 그 환자가 남편이 된 것이다.

정상인 부인과 정신지체 남편이 만나서 꾸린 가정은 쉽지 않았다. 남편은 전혀 돈을 벌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인은 다시 장애인 보호시설의 교사로 일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오해를 했다. 아내가 자기를 다시 옛날 시설에 넣으려는 줄을 알고 집을 나간 것이다.

기자가 부인에게 물었다. “남편을 왜 찾습니까” 부인이 대답했다. “그는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내가 아니면 하루 세끼 먹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부인은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이제는 나도 그가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주위에서는 정신지체 남편을 다시 찾아서 어쩌자는 것이냐고 물었다. 고마움도 잘 표현할 줄 모르는 남자, 돈 한 푼 벌 수 없는 남자를 다시 만나서 어쩌자는 것이냐고 다그쳤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에 그 모든 비난이 의미가 없어졌다.

사랑한다는데 어쩌랴. 모든 인간적 논리와 계산이 그 사랑 앞에서는 힘을 잃어버리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많은 물이 이 사랑을 끄지 못한다’(아8:6-7)고 했다. 우리가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이런 것이다. 나를 사랑할 이유나 조건과 상관이 없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신 것이다. 누군가 하나님을 ‘사랑에 눈이 먼 주님’이라고 했던가. 사랑하니까 사랑한다고 말하는 청년들의 대답이 나를 흐뭇하게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서울 내수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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