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내막염 환자, 48시간내 수술이 최선”
심한 감기나 식중독에 걸려 잘 낫지 않는 것으로 알았다가 뒤늦게 심내막염으로 심장판막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돼 놀라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치아가 흔들려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할 만큼 심한 치주(잇몸) 질환을 사소하게(?) 여겨 치료를 미루다 심내막염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심내막염이란 도대체 어떤 병이며 어떻게 치료하는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판막 손상과 뇌경색 등 심뇌 질환 합병으로 급사 위험=심내막염은 위염이나 간염처럼 심장에 염증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심장 근육의 안쪽에 위치한 판막에 주로 발생한다.
심내막염은 2∼3차례에 걸쳐 연쇄적으로 터지는 일종의 다연발 폭탄과 같다. 위염을 오래 앓게 되면 위암이, 간염을 오래 앓게 되면 간암이 생길 수 있듯 심내막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게 되면 1차적으로 판막을 손상시키고, 이후 그 판막에 붙어있던 세균 덩어리와 핏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혈관을 막는 색전증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2·3차적으로 뇌경색증 등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판막은 심장을 4개의 공간(좌심실과 우심실, 좌심방과 우심방)으로 구분하는 일종의 밸브다.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 삼첨판막과 폐동맥판막의 4가지가 있다. 이들은 혈액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한쪽 판막이 열리면 다른 쪽 판막은 자동으로 닫힌다. 그러나 심내막염에 걸리면 열려야 할 판막이 닫히고 닫혀야 할 판막이 열리게 된다. 결국 심장은 일정한 속도와 양으로 혈액을 뿜어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원인은 세균 감염이다. 다만 처음부터 심내막에 세균이 곧바로 침범,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심장수술 후 감염 외엔 드물다. 자기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과거에 앓았던 다른 감염성 질환의 후유증이 2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려서 상기도 감염으로 편도선염을 앓을 때 일부 세균이 심장으로 흘러든 후 장기간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호해 심내막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심내막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단순 감기라도 가급적 세균 감염 질환에 걸리지 않게 평소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감염 질환에 걸린 경우에도 확실한 항생제 치료를 통해 그 병원체의 뿌리를 철저하게 뽑아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원칙 바뀐다… 약물치료보다 조기 수술로=만약 심내막염이 의심될 때는 즉시 심장내과 또는 심장외과가 있는 대학병원을 방문,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심장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자 진료 경험이 많은 의사는 청진기를 통해 들려오는 심장의 잡음만 듣고도 판막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구별할 수 있다. 물론 확진을 위해선 심장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 박국양 교수는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해보면 세균이 일으킨 염증으로 훼손된 판막의 일부가 너덜거리는 특징적인 병증이 보인다”며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고열, 오한 등의 감기 증상이 7일 정도의 약물치료에도 낫지 않으면 심내막염을 의심, 일단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감염 균 퇴치를 위해 고농도 항생제를 집중 투약하는 방법과 판막에 붙은 염증과 세균 덩어리를 수술로 걷어내는 방법으로 한다. 과거엔 약 한 달간 항생제를 집중적으로 써 본 다음 수술을 하는 식으로 많이 치료했으나 최근 들어선 판막 손상과 후유증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먼저 수술부터 하는 쪽으로 치료 원칙이 바뀌는 추세다.
최신 임상의학 분야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도 지난달 28일자 최신호에 ‘선(先) 항생제 투여’에서 ‘조기 수술’로 치료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팀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는 세계 의학계에서 합병증과 후유 장애 우려가 있는 약물치료보다 신체적으로 부담이 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한 수술 비중이 더 커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교수팀은 심내막염 환자 76명을 기존의 4주 내외 항생제 치료그룹(39명)과 48시간 내 조기 수술 그룹(37명)으로 나눠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두 그룹의 합병증 발생률이 28.2% 대 2.7%로 큰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즉, 심내막염은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을 해야 뇌경색, 동맥협착 등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강 교수팀의 분석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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