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용우] 파리의 자전거
유럽 경제위기가 드리운 그늘은 농도를 달리할 뿐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새로운 처방은 또 다른 처방의 신호탄일 뿐 긴 터널의 끝은 여전히 가시권 밖이다.
세계의 시선이 온통 유럽에 쏠린 지난달 20일 대서양 건너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중요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리우+20 지구정상회의’, 정식 명칭으로는 ‘2012년 유엔 지속가능발전회의(UNCSD)’다. 1992년 같은 장소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구 환경 문제를 논의한 지 20년이 흘렀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 환경 변화가 가공할 참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함께 나누면서 어떻게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경제발전과 빈곤퇴치를 이룰 것인가를 놓고 전 세계가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리우+20’의 결과는 실망스럽다. ‘녹색경제’라는 모호한 슬로건을 내놓아 환경 문제를 기업의 손에 맡기려 한다는 논란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아예 참석하지 않은 것도 회의 자체를 맥 빠지게 만들었다. “자연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자연은 인간과 협상하지 않습니다”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기조연설 대목이 짙은 여운을 남길 뿐이다.
해수면이 높아져 살 곳을 바다에 빼앗긴 채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하는 경우처럼 기후변화가 가져올 대재앙의 조짐들이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지금, 프랑스 파리가 전하는 소식은 작은 위안이 된다.
지난달 24일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가득 메운 것은 자전거들이었다.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로 알려진 ‘벨립(Velib)’이라는 이름의 자전거들이다. 2007년 7월 처음 도입된 벨립 5주년 기념식 행사가 열린 것이다. 파리 시내 곳곳에 설치된 정류장에서 매우 싼 가격으로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교통난을 해소하고 기후변화의 주범인 기름과 같은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 환경에도 기여하겠다는 노력이 다섯 번째 돌을 맞이한 것이다.
파리 자전거의 짧은 역사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자전거 훼손과 절도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던 때도 적지 않았다. 아프리카로 밀반출하기 위해 센 강변에 쌓아놓은 자전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도 있었다. 한 통계에 의하면 5년 동안 도합 7명이 이 자전거를 이용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파리의 자전거는 역경을 이기고 굳건히 섰다. 2007년 시내 700곳의 정류장에 1만1000대의 자전거로 출발했지만 올해 정류장 수는 1700곳, 자전거 수도 2만3500대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이용 횟수도 11만번에서 올해에는 20만번으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취미와 관광이 아니라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전국에서 34개 도시가 같은 자전거 이동 시스템을 채택했고 이탈리아의 밀라노뿐 아니라 캐나다의 몬트리올,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프랑스의 한 일간지는 이를 ‘글로벌한 현상’이라 논평했다. 이미 파리와 런던을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 ‘녹색도로’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언젠가 편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로 유럽을 일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파리의 자전거는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과 끈기 있게 그 안목을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의 승리다. 2007년 이전만 해도 고풍스러운 파리 시내를 자전거가 수놓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반면 ‘리우+20’이 내건 녹색경제를 자신의 녹색성장 구호에 끼워 맞추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한국 정부의 시도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녹색성장은 ‘토목성장’을 녹색 물감으로 세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용우 호모미그란스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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