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방화’ 혼혈 10代 보호자 자청 김해성 목사 “편견·왕따… 우리모두가 가해자”
지난달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 정모(17)군이 “세상이 원망스럽다”며 연쇄방화를 저지르다 구속됐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따돌림 당하며 분노를 키워온 정군에게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사진) 목사가 손을 내밀었다.
김 목사는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방화를 저지른 정군에게만 모든 책임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절반의 책임은 나를 비롯한 모든 한국인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 정군을 일탈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정군은 두 살 때 현지인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이듬해 한국인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조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정군은 학창 시절 내내 급우들로부터 ‘튀기’라는 놀림과 함께 왕따를 당했다. 이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해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에 진학하고도 두 달 만에 자퇴하고 가출했다. 정군의 할머니는 손자를 찾으러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정군은 가슴 속 분노를 방화로 표출했다. 지난 1∼3월 서울 광진구 일대 주택가에서 화염병 등으로 수차례 불을 지르다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정군의 사연을 들은 김 목사는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정군 할아버지(75)의 지병 치료도 주선했다.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탄원서를 부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주영(새누리당), 우원식(민주통합당) 등 여야 의원 30여명이 서울가정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이들 의원은 오는 28일 국회에서 정군 선처와 다문화 차별해소를 위한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김 목사는 “정군이 사회로 돌아오는 대로 정군과 한살 터울인 동생을 함께 입양할 생각”이라며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정군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에 배타적인 태도를 고수할 경우 연쇄방화보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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