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곳, 마실 가볼까… 변산반도 해안선 따라 걷는 부안마실길
‘마실’은 마을을 뜻하는 사투리로 ‘마실길’은 동네 아낙들이 해거름에 이웃으로 놀러갈 때 걷던 고샅길. 굳이 해안선을 따라 걷는 이 길에 마실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친숙하고 정감이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어머니의 넉넉한 품처럼 드러나는 갯벌도 부안마실길의 매력.
바다를 가로지르는 새만금방조제 33.9㎞를 달려 새만금전시관에서 변산반도를 에두르는 해안도로로 갈아타면 이내 고사포해변이 나온다.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고사포해변의 백사장은 2㎞. 백합을 비롯해 형형색색의 조개껍질은 백사장에서 해변의 꿈을 꾸고 있고, 300m에 이르는 소나무 방풍림은 시원한 그늘로 바다를 찾아 나선 이들을 유혹한다.
고사포해변은 후리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체험장으로도 유명하다. 장정 서너 명이 100∼150m 길이의 그물을 양쪽에서 잡고 바닥을 훑어 백사장으로 나오면 졸복 숭어 등 온갖 물고기들이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퍼덕거린다. 물이 빠지면 드넓은 고사포해변에는 맛조개 등을 잡는 체험객들로 북적인다. 손가락 모양의 맛조개는 잡는 방법도 재미있다. 맛조개가 사는 갯벌 구멍에 맛소금을 살짝 뿌리면 맛조개가 고개를 내밀고 이때 손으로 잡고 천천히 빼내면 된다.
고사포해변을 빠져 나온 부안마실길은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성천포구에서 해안초소길을 타고 산을 오른다. 군인들이 경계를 서던 해안초소길은 녹슨 철조망과 짙은 녹음 속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동안 철조망을 따라 걷던 부안마실길은 하섬전망대를 앞두고 해안도로로 올라선다.
부안마실길은 여느 도보여행길과 달리 바닷길, 갯벌길, 마을길, 산길 등을 교대로 걷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버스가 다니는 해안도로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마실길에서는 고도가 높은 해안도로가 보이지 않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밀물 때 걸을 수 없는 바닷길 구간에는 우회로가 조성돼 있는 것도 특징.
하섬전망대는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하섬을 비롯해 위도, 새만금방조제, 고군산군도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명소. 성천포구에서 1㎞ 떨어진 새우 모양의 하섬은 음력 1일과 15일 사리 무렵 썰물 때 바닷길이 드러나 걸어서 섬에 들어갈 수 있다. 바닷길 좌우로는 김을 매는 말뚝이 숲처럼 늘어서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실길은 하섬전망대에서 다시 바닷가 숲 속으로 들어간다. 한 사람이 걸을 정도로 좁은 마실길은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를 벗한다. 아카시아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솔바람에 향기를 실어 날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찔레꽃은 화사한 얼굴로 길을 안내한다. 직선과 곡선을 그리며 시누대 터널도 지나고 나무계단도 오르내리던 마실길은 드디어 바다를 향해 돌출한 적벽강을 만난다.
변산면 격포리에 위치한 적벽강(赤壁江)은 송나라의 소동파가 놀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흡사해 붙여진 이름.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는 격포리로부터 용두산을 감싸는 2㎞의 해안선을 일컫는 적벽강은 붉은색 암반으로 이루어진 높은 절벽이 석양에 진홍색으로 물들 때 장관을 이룬다.
적벽강을 에두른 마실길은 죽막마을에서 격포해변의 백사장을 만나 발자국을 새긴다. 대명리조트와 이웃한 격포해변은 백사장 길이가 약 500m로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고 물이 맑은데다 경사가 완만해 여름에는 해수욕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해식애로 이루어진 채석강(彩石江)은 격포해변이 끝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당나라 시선 이태백이 달빛이 아름다운 밤에 뱃놀이를 하며 술을 즐기던 중 강물에 떠있는 달을 잡으러 뛰어들었다가 삶을 마감했다는 중국의 채석강을 닮은 변산 채석강은 바다의 수석전시장.
바닷물 침식에 의해 층을 이룬 절벽 아래로 편마암층이 닳고 닳아 벼루처럼 반들반들하고 닭이봉 아래의 층암절벽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채석강의 해식동굴에서 만나는 해넘이도 장관.
채석강을 돌아나가면 만나는 격포항은 위도와 고군산군도 등 서해안 섬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중심항. 이른 아침엔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는 어선들이 줄지어 들어와 인근 바다에서 잡은 갑오징어, 꽃게, 우럭, 바지락, 백합 등 온갖 해산물들을 쏟아낸다.
해질 무렵 채석강 해식동굴이나 닭이봉 전망대에서 하늘과 바다를 온통 붉게 채색하는 서해의 해넘이를 감상한 마실길 여행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찾는 곳은 격포항 주변의 음식점들. 우럭 등 싱싱한 생선회를 비롯해 입안 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인 백합죽과 바지락죽 등이 도보여행의 피로를 씻은 듯이 풀어준다.
격포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대명리조트변산(1588-4888)은 지상 8층 규모로 패밀리 149실과 스위트 224실, 느블리안 37실, 리조트 내 호텔인 ‘클라우드 9’ 94실 등 객실 504개를 갖추고 있다. 또 퓨전레스토랑과 스카이 그릴 가든 등 음식점과 물놀이 시설인 아쿠아월드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부안=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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