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환의 삶과 신앙] 록펠러의 신앙과 관대함
유학생활 초기에 여름방학을 이용해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세계 제일의 도시 뉴욕의 다양하고 활기찬 삶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허드슨 강변에 자리한 리버사이드처치를 방문했던 일이다. 미국이 낳은 세계최고의 부자였던 록펠러가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미국 도처에 지은 5000여곳 교회 중 으뜸이다. 60여년에 걸쳐 완성된 건축물이라는 이 교회는 정말 웅장하고 장엄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강대상이 자리한 성전의 중심부 바로 뒤 벽면은 장엄한 고딕 양식을 배경으로 기독교 전통 양식의 부조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던 것은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과 13명의 조각상이었다. 당연히 예수님과 12사도의 조각 부조물일 것으로 생각하며 눈여겨보던 나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 조각상들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히포크라테스,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등 인류의 문명에 기여한 많은 선각자들의 모습을 조각한 상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의 거룩한 예배당 안에 예수님과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외에 어느 다른 인물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면 당장 우상론과 이단시비가 나고, 그 건물은 박물관은 될 수 있어도 교회로서의 기능은 상실하고 말았을 것이다.
록펠러재단의 설립자 존 록펠러(1839∼1937)는 독실한 믿음의 실천자로 잘 알려진 미국의 석유재벌이자 사업가였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보수적 침례교 신앙의 전통을 가슴에 새기고, 어려서부터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리며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최대한 계발해 이 땅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께 드리는 ‘산 제사’라고 믿고 살았던 신앙의 인물이었다. 오늘의 시카고 대학은 그의 기부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록펠러 의료재단을 설립해 많은 생명을 건지고 의학의 진보를 도왔다. 뉴욕사람들이 러시아의 온 땅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자랑하는 뉴욕 맨해튼의 황금 땅, 센트럴파크도 그가 기부했다. 그는 또한 수많은 자선사업과 선교활동에 막대한 기부금을 지원하고 오늘도 록펠러 재단을 통해 많은 선한 일을 수행하는 자선가의 원조이기도 하다.
록펠러는 철저한 십일조 생활로도 유명했지만 자신의 믿음과 신념에도 충실했다. 자신을 보는 잣대는 언제나 엄격해 철저히 시간을 쪼개 쓰며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하는데 한 치도 게으름이 없었다. 주급 4달러를 받던 사회초년병 시절부터 철저했던 자기관리에 관해 그의 평전 ‘록펠러가의 사람들’은 이렇게 묘사한다.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장부를 기록했으며, 한 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수입과 지출금, 저축과 투자금, 그리고 사업과 자선금의 내역을 작성해 나갔다. 매주 그는 싸구려 하숙집의 집세로 1달러를 지불하는 것 외에도 소액기부 모임에 75센트를, 그리고 이리 스트리트 침례교회의 주일학교에 5센트, 빈민구제 활동에 10센트, 해외선교 활동에 10센트를 헌금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신앙과 실천에 성실하고 이웃을 섬겨야 자신도 섬김을 받는다는 성경의 황금률 원칙에 충실하려 늘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록펠러의 철저한 자기신앙과 관대한 이웃사랑의 정신이 가장 상징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 그와 그의 가족들이 생전에 출석하던 바로 허드슨 강변의 리버사이드처치 건물이라 생각한다. 비록 다른 생각과 다른 가르침, 다른 믿음의 실천을 강조하지만 인류를 위해 헌신한 선각자들을 자신이 믿는 믿음의 푯대인 예수님과 함께 조각해 성전의 중앙에 둔 그 용기와 관대함에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어제는 불기 2556년, 석가탄신날이었다. 이 날 명동성당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함께 기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달고 주일 미사에서는 성악가출신 승려를 초청해 특송을 들으며 종교간 화해와 우의를 다졌다 한다. 점차 다양해지는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종교가 다툼의 근원이 되지 말고 서로 화합하여 자신의 믿음에는 충실하되 상대방을 하나님의 눈으로, 부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우리사회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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