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면 절단까지 해야하는 ‘당뇨 발’… 발끝 신경 체크해 미리 잡아낸다
부천성모병원 박근영 교수팀 조기진단 길 열어
‘당뇨 발’(당뇨병성 족부궤양증)을 발병 초기에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열렸다. 당뇨 발은 당뇨망막증, 신성고혈압과 함께 당뇨병 환자들이 겪게 되는 3대 합병증의 하나로, 말초신경이 고장을 일으켜 심한 경우 다리까지 절단해야 하는 증상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박근영(사진),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팀은 건강한 성인 남녀 50명, 내당능장애자 49명, 당뇨병 환자 48명 등 총 1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의 검사법으로 그 어떤 이상 조짐도 알 수 없는 말초신경계 초기 변화가 사실은 당뇨병의 전 단계인 ‘내당능장애’ 시기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내당능장애란 혈당 수치가 정상치보다는 높지만 당뇨병 환자로 간주하기엔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건강한 사람은 식후 2시간 뒤 측정한 혈당치가 140㎎/㎗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내당능장애자는 140∼190㎎/㎗ 사이에 이른다. 당뇨병은 식후 2시간 뒤 혈당치가 200㎎/㎗를 넘는 경우를 가리킨다.
당뇨 전문가들은 이들 내당능장애자 100명 중 적게는 1명, 많게는 10명이 결국 당뇨병에 걸리게 된다고 지적한다. 발병 위험은 표준체중보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운동을 안 할수록,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높아진다.
따라서 당뇨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내당능장애 상태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또 내당능장애가 있는 사람은 당뇨 발병을 적극 경계하고, 주 3회 이상 운동과 함께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당뇨 이환은 물론 당뇨 발 등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수명도 단축된다. 문제는 이렇듯 당뇨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순 있어도 그동안 당뇨 발이란 합병증 발생 위험까지 조기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점.
이에 따라 박 교수팀은 당뇨에 의해 발생하는 손발 저림 등 감각 이상, 체중 감소 등 이상 증상을 거의 자각하지 못하는 내당능장애 상태에서 당뇨 발 합병 위험을 평가해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고민했다. 팔과 다리의 근전도를 재는 기존 검사법으로는 하나 이상의 이상 증상을 환자가 겪은 다음에야 발견하게 돼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들의 말초신경병증을 진단하기 위한 기존 검사는 일반적으로 팔다리와 발목 부위의 근전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박 교수팀은 현재 진단 기준인 하지(다리)신경검사 대신 더 말단 부위인 발끝부분의 근전도를 측정한 뒤 당뇨병 환자와 정상인, 내당능장애자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그 결과 내당능장애자의 16%, 당뇨병 환자의 41%가 안쪽 발등과 발바닥 신경, 발등 쪽 장딴지 신경 등 3곳에서 이상신호를 보였다. 이 중 2년 이상 추적 관찰이 가능했던 일부 환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말초신경계 이상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발끝 신경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당뇨 발 합병 위험을 조기에 감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앞으로 발끝 근전도 검사를 보편화하면 당뇨병 환자는 물론 고위험군의 말초신경계 이상변화 징후를 조기에 포착, 당뇨 발 합병에 따른 다리 절단 위험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당뇨학회지 ‘다이어비티즈 케어’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당뇨병으로 인해 말초신경변화가 진행되면 감각이 떨어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후유증과 함께 심하면 족부 궤양 등으로 절단까지 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2010년 당뇨병학회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33%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앓고, 다리를 절단하는 당뇨병 환자의 50∼75%가 이러한 신경병증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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