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자에 손해배상 판결] 일제 피해 배상 물꼬 터준 첫 사법적 판단
대법원이 24일 일제의 식민지배 당시 강제로 징용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은 배상의 길을 연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법원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과 상관없이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본 재판소는 물론 미국 법원까지도 정치적 문제라는 등의 이유로 종군위안부나 징용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러한 경향을 보인 하급법원의 판단마저도 대법원은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나 미국의 법원과는 달리 판단한 첫 근거로 헌법의 핵심 가치를 들었다. 원고들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우리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그 판결의 효력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1910년 8월 체결된 한일강제병합조약이 유효하고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시각이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두 번째로 대법원은 원고들의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닐 뿐더러 원천적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일 양국이 체결한 청구권협정으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소멸된 것일 뿐이지 개인의 (배상)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말하자면 개인이 일본 기업, 나아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정부에 의한 해결을 촉구한 위헌 결정과는 별도의 청구권 행사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일본군위안부와 원폭피해자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배상 청구권을 청구권 협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부작위(不作爲·마땅히 취해야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강제동원으로 인한 부상자나 생환자도 한·일 청구권협정에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청구권을 적극 인정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의 민관합동위원회는 2005년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청구권 대상을 일본군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동포 정도로 한정했지만 강제징용자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일본의 법적조치로 일본에서의 청구권이 소멸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피고인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하는 데는 아무 제약이 없다고 대법원은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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