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가를 찾아서] (22) 바벨론으로 간 마가

마가는 파포스에 판매망 구축 후 동방경영 위해 바벨론 간듯

예루살렘 공회가 끝난 후 베드로는 어디로 갔을까? 초대 교회 당시 예루살렘을 떠난 사도들이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복음을 전할 때 분명하게 선을 긋지는 않았어도 나름대로 서로의 선교 구역을 존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내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를 힘썼노니 이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하려 함이라”(롬 15:20)

AD 44년 예루살렘을 떠난 베드로는 다메섹을 거쳐 동북방으로 진출하여 베드로 전서의 수신자로 기록된 본도와 북부 갈라디아 그리고 갑바도기아와 비두니아, 그에 인접한 북부 아시아 등에서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AD 48년 제1차 선교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바울이 동북 지방에서 활동하다가 돌아온 베드로와 만나면서 두 사도의 선교 구역은 저절로 그 윤곽이 잡히게 되었다.

“베드로에게 역사하사 그를 할례자의 사도로 삼으신 이가 또한 내게 역사하사 나를 이방인의 사도로 삼으셨느니라”(갈 2:8)

물론 베드로도 이방인 고넬료와 그의 가족들에게 세례를 베푼 일이 있었다. 그러나 헬라의 학문으로 저명했던 바울이 변화되어 헬라 문화권의 전도자로 택함을 받았으며 그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을 베드로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또 AD 49년 예루살렘 총회를 통해 그것은 재확인 되었다.

“또 기둥 같이 여기는 야고보와 게바와 요한도 내게 주신 은혜를 알므로 나와 바나바에게 친교의 악수를 하였으니 우리는 이방인에게로, 그들은 할례자에게로 가게 하려 함이라”(갈 2:9)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바울은 아직 에게해를 건너 헬라 쪽으로 건너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AD 50년 실라, 누가 등과 함께 제2차 선교 여행에 나선 바울은 우선 먼젓번에 방문했던 더베와 루스드라를 방문하여 헬라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다. 할례 문제로 예루살렘 총회에서 유대인들과 격하게 맞섰던 그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처사였다. 그 일에 의아했던 누가는 사도행전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얼떠름한 해석을 덧붙여 놓았다.

“디모데는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에 있는 형제들에게 칭찬 받는 자니 바울이 그를 데리고 떠나고자 할 새 그 지역에 있는 유대인으로 말미암아 그를 데려다가 할례를 행하니 이는 그 사람들이 그의 아버지는 헬라인인 줄 다 앎이더라”(행 16:2∼3)

바울은 헬라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젊은이 디모데를 이방인 선교에 적합한 인재로 여겼다. 그는 디모데를 자신의 이방인 선교에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를 헬라인의 아들이면서 유대인 중의 유대인으로 만들기 위해 할례를 행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대목을 읽는 독자로서는 바울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필자도 마찬가지이고, 아마 사도행전을 쓴 누가도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어쨌든 바울은 에게해를 건너기 전에 여러 가지로 고심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학자 출신의 바울이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인 그 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단단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바울이 디모데를 데리고 루스드라를 떠난 후에도 여전히 에게해를 건너지 못하고 소아시아 지역의 변방에서 멈칫거리고 있을 때 성령이 그의 덜미를 잡아 당겼다.

“성령이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거늘 그들이 브루기아와 갈라디아 땅으로 다녀가 무시아 앞에 이르러 비두니아로 가고자 애쓰되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아니하시는지라”(행 16:6∼7)

무시아를 지나 드로아로 내려갔을 때 바울은 환상을 보았다.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바울이 그 환상을 보았을 때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 이는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줄로 인정함이러라”(행 16:9∼10)

그리고 마침내 바울 일행은 마게도냐로 건너가는 배를 타게 된다.

“우리가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가고”(행 16:11)

네압볼리 항구는 빌립보를 거쳐 로마로 직행하는 에그나티아 대로의 시발점이었고 빌립보의 외항 역할을 하는 마게도냐의 관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바울의 본격적인 헬라권 선교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바울이 이렇게 서방 선교에 나서게 되자 베드로의 선교 구역은 저절로 동북방의 본도, 갑바도기아 지역과 파르티아 지역으로 정해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동북 지역의 구심점은 역시 바벨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AD 50년 베드로는 바울 선교단을 서쪽으로 보내 놓고 다시 바벨론으로 들어가 동북 지역의 선교에 힘썼을 것이다.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타고 구브로로 가고”(행 15:39)

그 이후로 성경에서 사라진 마가는 어디로 갔을까? 필자의 추측대로라면 그는 먼젓번 여행에서 보아 두었던 바보 즉 파포스에 판매망을 구축하여 지중해로 나가기 위한 거점을 확보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할 일을 끝낸 후 마가는 외삼촌 바나바와 헤어져 다시 안디옥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지중해로 진출할 준비를 해 놓고 그는 다시 동방 경영을 모색했을 수 있다. 본래 사업의 고수는 한쪽 방향으로 집중 투자를 하지 않는다. 서쪽에서 불리하면 동쪽에서 이득을 구하는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마가에게 그런 안목이 있었다면 당연히 바벨론에 주목했을 것이다. 지난날 바벨론은 ‘하나님의 나라’를 멸망시킨 나라의 도성이었다.

“바벨론 왕이 오늘 예루살렘에 가까이 왔느니라”(겔 24:2)

BC 605년 바벨론의 1차 침공 때 다니엘을 비롯한 왕실의 소년들이 끌려갔고, BC 597년의 2차 침공 때에는 유다 왕 여호야긴과 예루살렘의 고관들과 기술자들과 많은 백성들이 끌려갔다. 그들 가운데는 젊은 선지자 에스겔도 끼어 있었다. 당시 예루살렘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성인 줄로 알았던 유다 사람들은 사슬에 묶인 채 바벨론 성으로 들어가며 그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에스겔이 말한대로 ‘하나님의 나라’는 BC 586년 완전히 멸망했다. 그 바벨론까지 판매망을 확장하여 동방 경영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마가의 흥분이 소설을 쓰는 필자의 가슴까지 뛰게 하고 있었다.

“함락되었도다 함락되었도다 바벨론이여 그들이 조각한 신상들이 다 부서져 땅에 떨어졌도다”(사 20:9)

두로 항의 수호신이 사랑의 여신 아스다롯이었던 것처럼 파포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항구였고, 바벨론은 사랑의 여신 이쉬타르의 도성이었다. 그들이 모두 이름은 달라도 가나안의 장사꾼들이 만들어낸 아스다롯과 같은 근원을 가진 음란의 여신들이었던 것이다. 바벨론의 주신은 말둑 신이었으나 180개의 신전을 가지고 있던 이쉬타르 여신이 그 성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일찍이 수만 명의 유다 백성을 끌어다가 강제 노역을 시켰던 그 바벨론의 도성에 레위 지파 출신의 마가가 판매망을 확장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었다. 야곱의 저주를 뒤집고 레위 지파를 격려한 모세의 축복이 성취되고 있는 장면이었다.

“여호와여 그의 재산을 풍족하게 하시고 그의 손의 일을 받으소서”(신 33:11)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바벨론에 입성한 마가는 그곳을 선교 센터로 삼아 활동하고 있던 베드로를 만났을 것이다. 베드로를 만나서 그는 지난날 유월절 식사의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요한과 함께 자신의 집을 찾아 왔던 일에서 시작하여, 겟세마네에서 예수가 기도하는 동안 잠들었던 일이며, 가롯 유다가 대제사장의 병사들을 데리고 그 선생님을 잡으러 왔던 일, 그리고 그가 검으로 대제사장의 하속 말고의 귀를 잘랐던 일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회포를 풀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에게서 들었던 말을 베드로에게 전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떠나신지 20년이나 되었는데 어찌하여 아직도 그분에 대한 기록을 남겨 놓으려 하지 않습니까?”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똑 같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것이다.

“주님께서는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그분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이 다 일어나리라고 하셨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행하신 일들과 모든 말씀을 나를 비롯하여 모든 제자들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곧 다시 오실 그분의 기록을 굳이 남길 필요가 있겠는가?”

김성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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