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송세영] 우리 속의 극단주의

Է:2012-05-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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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송세영] 우리 속의 극단주의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의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를 보면서 진보성향 인사들도 좌절과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한때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에게서 광기에 가까운 극단주의적 행태를 보았기 때문이다.

극단주의는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울 만큼 배운 지식인들이 주축인 구당권파들처럼 누구나 극단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극단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과장법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과장하고 힘을 과대평가한다. 자기편이 입는 피해나 고통은 부풀리고 감상적으로 포장한다. 히틀러 휘하의 나치들은 유태인들에 대해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악의 무리라는 이미지 조작을 벌임으로써 인종청소라는 만행을 합리화했다.

극단주의자들과 대화나 토론이 잘 안되는 이유도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관계 자체를 왜곡하거나 과장해서 전혀 다르게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극단주의로 치우치지 않으려면 먼저 사실관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편은 억압받고 고통 받는 선(善), 상대편은 무자비한 힘을 소유한 악(惡)이라는 인식은 이분법으로 이어진다. 여기서는 흑과 백, 우리 편과 적만 존재하고 중도는 없다. 중도 또는 제3의 지대는 힘센 악에 굴종하는 비굴한 존재일 뿐이다. 중도의 논리는 말만 번지르르한 변명이나 핑계로 치부한다.

이분법 구도에서 우리 편은 종종 ‘무오류의 신화’로 포장된다. 선하고 정의로운 가치와 목적을 추구해도 잘못을 범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지만 극단주의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화와 토론도 의미가 없다. 우리 편이 아니거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선전과 선동, 설득의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극단주의자들과는 말이 안 통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들이 최대 지지세력인 민주노총과 재야 원로들의 고언마저 무시한 데에는 이 같은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무오류의 신화’에 ‘절대악과 맞선 절체절명의 싸움’이라는 이미지가 겹치면 내부나 자신을 향한 비판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오를 흩트린다는 이유로 이적행위로 간주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는 꼼수다’ 패널들이 비키니 발언이나 막말로 논란을 빚었을 때, 비판적 목소리를 낸 이들에게 지지자들이 뭇매를 안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단주의자들의 칼끝이 종종 같은 편을 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에는 적과 싸우다 다음에는 중간지대에 있는 이들을 적으로 돌리고 이어 같은 편까지 적으로 돌리는 유형은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1972년 일본 아사마 산장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된 5명의 연합적군파 멤버들은 무려 14명의 동료를 처형해버렸다.

극단주의자들은 대체로 집단주의나 전체주의적 성향을 갖는다. 무리를 앞세우면 허점이 많은 단순한 논리도 쉽게 받아들여진다.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인다는 게 강력한 논거가 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행동도 무리를 지으면 어렵지 않다. 이들은 가치와 목적에만 매몰돼 있으니 종종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고 수단을 절대화한다.

극단주의는 보수우파나 종교집단, 사회집단에서도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극단주의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이들은 진보 좌파다. 이명박 정부나 현 체제에 비판적인데 세상이 흑과 백, 정의와 불의, 우리 편과 적으로만 나뉘어 보인다거나 특정 인물의 이야기만 귀에 들어온다면 위험하다. 마음 속에 자라나고 있는 극단주의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

송세영 사회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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