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소박한 결혼식

Է:2012-05-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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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조촐하게 결혼식을 하는 분위기여서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차분하게 치러 마음이 더 홀가분합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의 한 교회에서 양가 가족을 포함해 5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맏딸 결혼식을 치른 뒤 한 말이다. 그의 보좌진도 맏딸 결혼식 일정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축하 화환이나 축의금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는 2006년 장남을 결혼시킬 때에도 양가 친지들만 불렀다.

‘조촐하게 결혼식을 하는 분위기’라는 황 대표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위화감을 조성하고, 서민들에게 박탈감마저 안겨주는 호화 결혼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게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 지도층에서 황 대표처럼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구(舊)민주당 대표직에 있을 때인 지난해 5월 주위에 알리지 않은 채 차녀 결혼식을 치렀다. 민주당이 4·27 재·보선에서 승리한 직후여서 정치권의 많은 인사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수 있었으나 손 고문의 철저한 보안 유지로 참석자는 양가 가족과 친지들뿐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 역시 지난해 3월 맏딸 결혼식 때 양가 가족과 친지 각 50명씩만 참석토록 했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김 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치하했다고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007년 대법관으로 있으면서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서울 서초동 법원후생관에서 장녀를 결혼시킨 일화를 갖고 있다. 피로연 장소는 법원 구내식당이었다.

요즘 억만장자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소박한 결혼식’이 화제다.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 자택에 지인 90여명을 초대해 놓고는 뒤뜰에서 여자친구인 프라실라 챈과 깜짝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초대한 인사들에게도 결혼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결혼반지는 평범한 루비반지, 피로연 음식은 평소에 먹던 것이었다고 한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결혼 소식을 올리자 수십만명이 진심어린 축하의 글로 답했다.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호화 혼례로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 저커버그처럼 ‘작은 결혼식’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공직사회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이 소박한 결혼식 문화 확산에 더 기여해야 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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