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9) “선생님, 성형수술 했는데 남들이 몰라줘요!”
“여보, 우리 개척교회를 섬기면서 좀더 체계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어떨까요?”
‘심영기 성형외과’를 개원해 자리를 잡아갈 즈음 아내가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 헤브론 성경공부모임에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착실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내게는 다소 엉뚱하게 들렸다. 하지만 뒤이은 아내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서울 서초동의 이레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다. 한홍식 목사님을 중심으로 20여 명이 모여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교회였다. 아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정희 사모님이 인도하는 성경공부모임의 일원이었다. 나는 교회에 나간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가슴 벅찬 줄 처음 알았다.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이 그토록 기쁘고 행복한 줄 처음 알았다.
나는 주일이면 온종일 교회에서 찬양과 예배에 빠져 지냈다. 지겹기는커녕 하루가 왜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아쉬울 지경이었다. 재미있다는 경지를 넘어 황홀했다. 비로소 내 신앙에 불이 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때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닌가 여겨진다.
여기서 내가 섬기는 교회를 자랑하는 게 좀 쑥스럽지만, 한 마디로 끝내준다. 1998년 경기도 안양으로 이전해 평촌이레교회가 된 우리 교회는 항상 진지한 영성과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교회 이름처럼 하나님이 예비하신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어쨌든 교회에 처음 등록한 뒤 나는 기쁨과 행복감에 한껏 젖어들었다. 그러자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일도 마냥 신나고 즐거웠다. 최대한 환자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하면서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대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환자에게 수술을 절제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용성형의 경우 정신적인 문제까지 결부되는 일이 많아 의학적으로 가능한 성형과 불가능한 성형을 구분해서 설명해주기 위해 애썼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이들이 많다. 미용성형 환자의 30% 정도는 심리적인 문제로 불필요한 성형을 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형중독증 환자들이다. 이들은 성형을 아무리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하고 싶어 한다. 이들에겐 외적인 성형보다 내적인 성형이 더 필요하다. 나는 이런 환자를 만나면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알리면서 가까운 교회로 나가 신앙생활을 해보도록 권유한다.
그럭저럭 심영기 성형외과를 2년여 동안 운영하면서 나는 미용성형에 관한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과연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미용성형의 초점을 자연스러움에 맞추었다. 그런데 가끔 찾아오는 특이한 환자들은 나의 이 회의감을 더욱 부추겼다. “수술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몰라주네요. 좀 표나게 해줄 수 없나요”하는 이들을 대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그러던 중 조금씩 불붙기 시작한 회의감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생겼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진료실로 찾아와선 어떤 가수의 이름을 대면서 자기 얼굴도 그처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 가수가 누군지 모른다고 하자 대뜸 “그 유명 가수도 모르면서 어떻게 성형외과 의사를 하세요”하며 면박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나 자신이 비참하고, 성형외과 의사라는 직업이 싫었다. 자식보다 어린 환자를 대상으로 미용성형을 해야 하는 일이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나는 기도를 할 때마다 나의 이 심정을 주님께 고백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다른 길을 열어달라고 간구했다. 역시 하나님은 의로우신 분이었다. 한 번은 기도를 하는데 성경 구절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아닌가.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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