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한가로움에 대하여

Է:2012-05-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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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日各有其日當爲者 實無餘力可及翌日也

君須以眼前之昭昭者不爲空日而爲當日也

且天不自閑而常運 人安得閑哉

그날에는 그날 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내일을 위해 남겨둘 힘이 실로 없다.

부디 눈앞의 밝은 날을 빈 날로 만들지 말고 당일로 만들라.

하늘이 놀지 않고 언제나 운행하거늘, 사람이 어떻게 한가롭게 놀 수 있겠는가?

이용휴(1708∼1782) ‘당일헌기(當日軒記)’


바쁜 세상이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경쟁은 심해만 간다. 미디어는 날마다 낯선 정보들을 쏟아내고, 일은 쌓여만 간다. 이 속에서 무얼 위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발걸음만 재촉하느라 몸도 마음도 겨를이 없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어느 광고의 카피도, 날로 인기가 오르는 올레길 문화도, 모두 우리 삶이 ‘한가로움’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가를 반증하는 예다.

모두가 바라는 이 한가로움을 경계한 선비가 있다. 18세기의 대문호 이용휴(李用休, 1708∼1782)이다. 그는 ‘한가로울 한(閑)’ 자가 경전에도 없고 성현이 말한 적도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핑계대고 허송세월한다고 탄식하였다.

한(閑)은 본래 막는다는 뜻을 가진 글자다. 생김새부터가 문에 빗장을 질러 틈입을 차단하는 모양이다. 사특한 욕념을 막고 진실을 보존한다는 뜻의 한사존성(閑邪存誠)이란 성어가 이 한(閑)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참된 한가로움이란 잘 막는 데에 있다. 사특한 생각을 막지 못해 악행을 저지른 자의 마음이 한가로울 수 있겠는가. 게으름을 막지 못해 빈둥거린 자의 겨울이 한가로울 수 있겠는가. 말초적이거나 분에 넘는 욕심을 막아야 한가로울 수 있다. 오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잘 막는 것이고, 닥치지 않은 우환을 대비하는 것이 잘 막는 것이다. 막아야 할 것을 잘 막을 때 한가로움은 그 속에 있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천지 속에 참된 한가로움을 누릴 수 있다.

독서 선비 무명자(無名子) 윤기는 이렇게 노래했다. “自是江山閑者管(본디 강산은 한가로운 자 차지) 不知誰主又誰賓(누가 주인이고 누가 나그네던가)”

이규필(성균관대 대동문화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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