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5) 친구 좇아 교회 첫발, 인생 대반전 사건 될줄이야!
“영기야, 우리 집서 저녁이나 먹자. 한동안 못 만났더니 보고싶다야. 우리 집사람도 널 보고 싶어 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동안 소원했던 터라 그러마고 했다. 그때 나는 만 10년 넘게 근무한 국립의료원을 나와 집에서 쉬고 있었다. 너도 나도 성형외과를 개원해 돈을 잘 번다고들 하는데, 나라고 못할 리 없을 것 같아 사직서를 낸 상태였다.
“영기야, 잘 왔다. 너에게 인사시켜 줄 사람들이 있다. 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과 교우들이야.”
엥? 이게 무슨 말이야? 처음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평소 나 못지않게 술 담배와 놀기를 즐기고, 기독교를 싫어했던 그 친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의 표정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았다. 밝고 온화한 가운데 한결 안정되고 여유로워진 듯했다. 그리고 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그에게서 생기가 펄펄 넘쳤다. 실제로 그는 나에게 하나님을 만나 변화된 자신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나는 그 친구의 변화에 적지 않게 놀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들은 나의 정제되지 않은 말을 웃으면서 잘 받아주었다.
그들을 대하면서 최근 시작한 헤브론 부부성경공부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서로 유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화하면서 넉넉한 모습, 밝으면서 활기찬 모습,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진중한 모습 등 어떻게 표현할 순 없지만 뭔가 비슷한 것 같았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모습인가?’ 그리곤 잠깐 동안 내 자신을 돌아봤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선량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교만과 욕심이 가득한 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술과 향락을 그만두는 게 두려워서 일부러 교회와 기독교 신앙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온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기억 속에 묻혀있던 추악했던 옛날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 교회로 아내를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데려왔던 일이다. 참으로 부끄러웠다.
“야, 영기야, 이번 주일에 우리 교회에 한 번 와보지 않을래? 그냥 오랜만에 양쪽 부부가 만나 회포나 풀자.”
마치 정해진 계획표에 따라 진행되는 것 같았다. 내가 한 단계를 거치면 그 친구는 나를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것처럼 했다. 거부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 일단 그러마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교회가 있다는 불광동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그날 집에 와서 아내에게 친구 집에서의 일을 무덤덤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아내는 보물찾기에서 대단한 걸 찾은 양 갑자기 얼굴에 화색을 띠고는 다음 주일에 꼭 그 교회에 가보자고 했다. 그 친구의 부인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까지 해가면서 꼭 가자고 채근하다시피 했다. 다음 주일 아침, 우리 부부는 불광동의 성서침례교회를 찾아갔다. 나는 마지못해 끌려가는 심정인데 아내는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떠 있는 것 같았다. 교회당에 들어서자 며칠 전 친구 집에서 만난 교우들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가슴에 꽃을 꽂아줬다. 하지만 예배를 드리는 내내 이 생각, 저 생각 잡념에 빠져있다가 예배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구경거리 삼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역시 교회는 내 체질에 맞지 않아’ 하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기도 했다. 실제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어색한 기분을 어쩌지 못했다.
드디어 목사님의 축도와 함께 예배가 끝났다. 빨리 교회당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일념으로 남보다 빨리 몸을 움직이는데, 친구가 내 팔을 붙들고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오늘 새로 나온 이들에게 목사님이 직접 환영해주는 행사가 있다는 것이다. 뭐가 이리 복잡한가 싶어 짜증이 났다. 한데 그 의식이 내 인생의 대반전을 이루는 계기일 줄이야….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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