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되는 가난에 관한 ‘임상 보고서’… ‘사당동 더하기 25’

Է:2012-05-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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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되는 가난에 관한 ‘임상 보고서’… ‘사당동 더하기 25’

사당동 더하기 25/조은/또하나의문학

서울 사당동 재개발지구의 한 가족을 대상으로 25년간 ‘조금 다른’ 사회학을 시도한 이가 있다. 사회학자 조은(65). 올 2월 동국대에서 정년퇴임한 그는 1986년 사당동에서 처음 만난 정금선 할머니 가족들의 모습을 연구조교들과 함께 사반세기에 걸쳐 따라다니면서 수많은 메모, 인터뷰, 녹취, 영상물 테이프로 담아냈다. 일부는 논문 ‘재개발 사업이 지역 주민에게 미친 영향’(1988), 학술 공저 ‘도시빈민의 삶과 공간’(1992),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22’(2009) 등으로 공개됐고 마침내 저서 ‘사당동 더하기 25’로 갈무리되기에 이른다,

1998년 기록을 위해 동영상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애초에 D씨 가구로 불리던 연구 대상은 금선 할머니, 수일 아저씨, 영주씨, 은주씨, 덕주씨 등 실명으로 바뀌었다. 2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1986년에 64세이던 금선 할머니는 세상을 달리했고, 38세 수일 아저씨는 빚을 얻어 중국 옌볜 조선족 아내를 맞았다가 이혼당한 후 잠시 동거하던 여자와도 사별해 혼자 살고 있다. 13세 영주는 필리핀 아내를 맞아 아이를 낳고 다문화 가정을 꾸렸고, 10세 은주는 청각 장애로 고생하다가 어느덧 아이 셋의 엄마가 됐다. 7세 덕주는 감방을 세 차례 들락거리며 청소년기를 보낸 뒤 여러 일을 전전하다 스포츠 복권 200만원 당첨을 계기로 돈을 조금씩 불려 동네에서 작은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저자가 당초 금선 할머니 가족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빈곤은 어떻게 세대를 넘어 대물림 되는가’라는 주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적정한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가출하고 없고 일용직 건설 노동자 아들과 두 명의 손자와 한 명의 손녀라는 가족 구성원은 ‘빈곤의 세대 재생산’이라는 문제와 직결될 뿐더러 손주들은 빈곤 청소년 문제와 젠더 문제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선택은 적중했다. 이북에서 월남한 금선 할머니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어서 현장 연구조교와 친해지면서 온갖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현장 조교들은 ‘부부 위장 간첩’으로 신고돼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책장을 펼치면 1980년대 ‘산동네’ ‘달동네’ 풍경이 가까이 들어온다. 부업으로 북어를 찢는 할머니들과 소독저를 마는 아이들, 여러 식구가 모로 누워 ‘칼잠’을 청하는 단칸방과 좁은 부엌을 채운 세간이 보인다. 담장을 사이에 둔 채 전기세, 수도세를 놓고 벌이는 악다구니, 동네 공터에서 벌어진 돈내기 고스톱, 고스톱 판을 사진 찍어 보상금을 타 내려는 남자의 실랑이, 아내와 아이들을 구타하는 술주정꾼 남편은 물론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루핑이 타는 냄새가 코끝을 건드린다.

달랑 ‘맨몸’에 의지해 4대를 살아온 금선 할머니 가족들은 어떻게 가난이 대물림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는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든 구조를 더 강화시킬 뿐이다. 저자는 “시쳇말로 ‘빈곤 문화’란 없으며 다만 ‘빈곤’이 있을 뿐이고 ‘가난의 구조적 조건’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가난은 개인의 죄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의 죄이자 국가의 죄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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