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시대에 생각하는 문학의 죽음과 부활…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Է:2012-05-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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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시대에 생각하는 문학의 죽음과 부활…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이남호/현대문학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작가 다이 시지에의 장편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엔 프랑스 소설에 매료된 세 젊은이가 등장한다. 중국 문화혁명 당시 책이라고는 전혀 없는 산골마을로 보내져 노동을 하며 살아가게 된 두 젊은이가 우연히 프랑스 소설 몇 권을 손에 넣게 되고, 이 소설들의 내용을 알게 된 그 마을의 한 소녀는 욕망과 모험과 낯선 문명이 가득한 소설에 충격을 받아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가출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이 독서의 큰 매력이지만 이런 내용은 오늘날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 책은 발에 치일 정도로 널려 있으며 사람들은 휴대전화, 컴퓨터, DMB 등을 통해 언제나 정신을 홀리는 버라이어티쇼가 펼쳐지고 있는 광장의 한 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전자문화시대에 문학의 효용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남달리 천착해온 이남호 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평론집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에서 전자문화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을 주시함으로써 문학의 죽음을 선고하는 한편 이를 타개할 가능성을 살핀다.

“온라인에 존재한다는 것과 실존적 깊이에 대한 주관적 체험을 갖는다는 것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달리 말해 전자적인 것과 내면적인 것은 조화를 이룰 수가 없다. 전자적인 것은 곧 주관적인 것이고, 지금 이 순간(now)의 것이다. 반면 깊이와 의미와 주관성의 서사적 구조화는 지금 이 순간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베르그송이 말한 ‘지속성(duration)’의 시간 속에서만 생겨난다.”(‘우리 시대의 독자는 누군가’)

지속은 깊은 시간인 동시에 언제 지나가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몰입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자문화시대에서 이 지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독서방식의 변화가 우리의 정신적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인가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시대의 독자들은 ‘창 앞의 여자’이며 ‘DMB를 든 남자’이다. 이들은 문자적 성격에 불편함을 느끼는 전자인간들이다. 아마 이 점이 21세기 독서론의 중요한 변수가 아닌가 한다.”(80쪽)

이 교수는 “제가 만난 문학적 가치들을 지키는 일이 맹목적인 수구(守舊)가 아님을 외롭게 느낀다”며 “당신이 만약 제 평론을 읽는다면 그것은 이 외로움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4부로 구성된 평론집은 문학다운 문학의 가치를 호명하는 저자의 평론가적 염결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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