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기계의 마음
有機械者 必有機事 有機事者 必有機心 機心存於胸中 則純白不備
기계가 있으면 기계의 일이 있고, 기계의 일이 있으면 기계의 마음이 있다. 가슴에 기계의 마음이 있으면 순백은 사라진다.
‘장자(莊子)’ 천지(天地)
인간은 동물과 달리 도구를 사용해 문명을 일궜다. 단순 도구에서 정교한 기계로 발전시키면서 인간 사회는 획기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 지금은 인간 스스로 기계문명의 시대라고 하여 그야말로 기계의 세상이 됐다. 현 인류는 신(新) 호모 에렉투스다.
기계문명의 시대에 기계를 돌아보고자 한다. 자공이 한음(漢陰)을 지나다가 채마밭을 가꾸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우물에 들어가 물을 길어 고랑에 대는데, 노력에 비해 효과는 형편없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자공은 나무를 깎아 용두레라는 기계를 만들어 사용할 것을 권유했다. 자공의 권유를 들은 노인은 정색을 하다가 곧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계가 있으면 기계의 일이 있고, 기계의 일이 있으면 기계의 마음이 있게 마련이오. 가슴에 기계의 마음이 있으면 순백의 인간 본성은 사라지고 만다오.”
기계의 일이란 기계의 기능과 쓸모다. 기계의 마음이란 그 기계의 기능과 쓸모를 따지는 마음이다. 기계의 마음이 한번 생기고 나면, 이 마음은 기계보다 민활하게 작동한다. 어느 것이 기능이 좋고 쓸모가 많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따진다.
이 마음은 순식간에 사람에게까지 확장된다. 누가 능력 있는 사람이고, 쓸모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능력과 쓸모에 따른 경쟁력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 사람을 두고 상품성을 따져 값을 매긴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노인은 정색을 했고, 자공은 부끄러워했다.
오늘날 노인이 걱정하던 세상이 되어 버렸다. 기계의 세상에서 어른들도 아이들도 끊임없이 줄 세워지고 값이 매겨진다. 이러한 시류 속에 사랑도 감사도 기계의 일이 되어, 순수한 마음은 잃어버린 채 효율과 효용만을 기민하게 따져 기계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본다. 신록 따라 몸도 푸른 5월. 마음의 기계를 잠시 꺼둔다.
이규필(성균관대 대동문화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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