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마지막 넉달에 대한 충격적 증언… ‘굿바이, 안네’
굿바이, 안네/베르테 메이에르/이덴슬리벨
2007년 말, 네덜란드의 음식평론가인 베르테 메이에르(74)는 안네 프랑크 재단 관계자들 앞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질문은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가 사망했을 당시 수용소의 사정이 어떠했느냐에 맞춰져 있었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안네와 그녀의 언니 마르고의 마지막 넉 달 동안의 기록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1945년 3월 독일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베르겐벨젠에서 영양실조와 장티푸스로 사망한 안네에 대해 회상하라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다지 유쾌한 내용은 아니랍니다. 중간에 말이 막히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의 입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나를 포함해 움직일 수 있는 아이들은 대형 솥단지 안에 들어가 안쪽을 악착같이 핥아먹거나 찌꺼기를 긁어다 병든 가족에게 가져다주었다. 시체들은 배가 갈라졌고 그들의 간은 다른 수감자들이 먹어치웠다. 나는 그런 일이 자행되는 걸 직접 보았다는 깊은 수치심에 사로 잡혀 마지막 이야기는 간신히 입에 담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 일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으려 했던 건 당연한 일이다.”(32쪽)
메이에르는 안네와 같은 수용소에 있었다. 안네보다 아홉 살 아래인 그녀는 네 살 때 수용소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동생과 단 둘이 살아남았다. 수용소로 가기 전에도 안네의 이웃에 살았으니 그녀는 안네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생존자였다. 살아남은 자의 말 못할 고독과 슬픔을 간직한 채 60여 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그녀는 ‘집단수용소 신드롬’으로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수용소를 떠올리는 이미지만 보아도 혼절을 하곤 했다. 시쳇더미에서 살아남은 그녀의 증언은 그러므로 미완의 작품인 ‘안네의 일기’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법은 의미가 없지만 그녀의 증언은 안네가 살아남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를 상상케 한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아원과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던 그녀의 증언은 내면의 혼란과 고통을 통해 전쟁의 잔혹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오랫동안 미루어오다가 마침내 2006년 옛 수용소 자리를 찾아가 ‘마태수난곡’의 한 구절인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나이다’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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