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들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요즘 광화문 네거리의 교보생명 빌딩에 걸려 있는 글판의 내용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전문이다.
나는 몇 년 전 들꽃과 나무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던 무렵에 이 시를 만났다. 언젠가 산에 갔을 때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작은 꽃 하나하나가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걸 느꼈다. 실제로 시인의 말대로 작은 꽃을 가까이, 그리고 오래 보니 더욱 사랑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
화려하고 멋진 꽃들이 좋아보이던 시절을 지나 작고 소박한 들꽃들의 매력을 알아차리는 시절이 되었을 때, 드디어 소소한 일상과 잔잔한 평화의 소중함도 알았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젊음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나이 들수록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여 안심이 된다. 다행이다.
그 무렵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고, 몇 년의 마음의 준비와 1년여의 준비 끝에 춘천 근교의 야산 밑에 땅을 조금 사게 되었다. 얼마 안 되는 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토목 공사를 하고 보니 파헤쳐진 면적이 상당해 보였다.
이곳을 어떤 나무들과 꽃들로 보기 좋게 채워야 할지 겁이 나던 차에 ‘가든 아트 스쿨’ 1기 신청을 받는다는 메일을 받고는 곧바로 등록을 했다. 3일간 충북 충주의 한 산 속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실제적인 준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뿐이랴. 무엇보다 화가이면서 가든 아트 전문가가 된 정정수 선생님께 식물을 사랑하는 것과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 좋았다. 우리의 삶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가는 것이 결코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님도 알았다.
하나님은 이 세상에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가득 채워놓으셨다. 작은 꽃 하나도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고, 서로의 조화로움 또한 완벽하다. 그러니 그것들을 볼 줄 아는 눈만 있어도 얼마든지 예술적인 삶을 향유할 수 있다. 삶 자체가 그분이 주신 선물이다.
보면 볼수록 들꽃들은 새로운 아름다움의 차원으로 이끌어주는 듯한 깊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들꽃이 수수하다는 것은 먼발치에서 대충 본 사람들의 선입견이 아닌가 싶다. 대체로 작기는 하지만, 하우스에서 인위적으로 기른 화려한 꽃들에게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생명력이 우리의 영혼을 끌어당긴다고 할까.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오래 볼수록, 자세히 알수록 점점 좋아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며 영혼이 풍요로운 삶이 아름답다.
박선이(해와나무 출판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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