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경아] 정원은 문화산업이다

Է:2012-05-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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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오경아] 정원은 문화산업이다

“큰 나무 그늘 밑이라면 하얀 꽃이 피는 스노플레이크를 수선화와 함께 심어보자. 수선화는 대부분의 토양을 잘 견뎌내는데 특히 나르시서스 포에티쿠스는 백악질의 흙에서도 잘 자란다. 여기에 콜치쿰도 함께 심으면 봄의 꽃이 지나간 뒤, 잘 생긴 큰 잎의 분홍 크로커스 꽃을 9월에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 문장을 읽고 초봄의 숲 속, 차가운 땅에 눈송이 같은 하얀 꽃이 주사위를 뿌린 듯 흩어져 있고, 그 속에 눈부신 노랑 나팔의 키 큰 수선화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면 이미 식물에 대한 사랑이 깊은 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의 글은 영국의 정원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가든 디자이너 거투르드 지킬(1843∼1932)이 쓴 책, ‘가드닝 컴패니언’의 일부다.

원래 그녀는 화가이며 작가였다. 하지만 나이 쉰에 시력을 점점 잃게 되면서 화가로서의 길을 접고 도화지가 아닌 땅 위에, 붓 대신 식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으로 보면 화단에 꽃을 심어 그 색을 즐기고 잎의 자태를 즐기는 일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킬 이전의 가든 디자인은 꽃이 아니라 나무를 심어 그 형태의 미를 즐겼을 뿐 초본식물의 꽃, 잎, 줄기 자체를 디자인에 활용하지는 않았다.

식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그녀의 디자인은 마치 수채화를 보듯 화려한 색감이 모아지고 식물의 질감이 튀어나올 듯하다. 구조의 정원, 나무의 정원에서 지금 우리가 즐기는 꽃의 정원이 바로 지킬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후 지킬의 식물디자인은 순식간에 영국 전체를 휩쓸고 미국과 호주로도 번져나간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가치는 정원 디자인에만 있지 않다. 그녀는 정원전문작가로 신문과 잡지에 1000편이 넘는 글로 읽힐 수 있는 가드닝, 정원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자신이 조성한 정원의 사계를 흑백 사진에 담아 꼼꼼한 기록으로도 남겼다.

결국 오늘날 영국에 정원사진가협회라는 단체가 생겨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지킬은 정원 일을 단순한 흙 일, 식물을 돌보는 일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잘 제시해 준 셈이다.

지금 영국인들은 거투르드 지킬이 남긴 정원문화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킬의 화려한 초본식물화단은 꽃식물 재배 붐을 일으켰고, 그것을 팔고 사는 시장을 조성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1년 영국원예무역협회가 낸 집계에 의하면 영국인들은 정원용품과 식물을 사는 데 한 해에 무려 8조원의 돈을 쓴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원까지 경제적 논리로만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정원에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즐거운 힘이 있다. 봄의 절정인 5월, 주말마다 꽃구경 나들이가 한창이다. 꽃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작은 화분에라도 내가 사는 곳으로 식물을 데려오는 시간도 가져봄은 어떨지. 그 속에 저절로 정원이 일으키는 경제적 효과까지도 따라올 것이다.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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