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폭동 20주년, 선한 사마리아인 머피 사연… 폭도들, 트럭운전사 구타 TV로 지켜보다 현장 나가 구조
그것은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건 중 가장 끔찍한 장면이었다.
20년 전인 1992년 4월 29일, 트럭운전사 레지날드 데니는 LA 시내 한 교차로에 신호대기 중이었다. 갑자기 성난 흑인들이 그를 트럭에서 끌어내 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죽을 만큼 흠씬 두들겨 맞았다. 어디선가 머리로 벽돌이 날아왔다. 폭도들이 도망친 후 데니는 피에 흠뻑 젖은 상태로 일어서려 애썼다. 이 모습은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사건 일주일 전인 22일 흑인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에 무고하게 구타당했다. 그리고 이날 그를 구타한 4명의 백인 경찰이 무죄판결을 받자 분노한 흑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살인 방화 약탈 등을 자행했다. 데니도 이런 폭도에게 당한 것이다.
실업자였던 흑인 티투스 머피는 당시 현장에서 2㎞ 정도 떨어진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데니가 머리에 벽돌을 맞는 순간, 그는 벌떡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갔다. “제 안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렸지요. 일어나라.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를 안전하게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에 총을 든 성난 폭도들이 진을 치고 있어 그를 도왔다간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일단 자신도 폭도인 것처럼 현장에 접근해 상황을 보며 천천히 트럭으로 들어가는 데니를 지켜봤다. 주변에 데니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지만 서로 폭도인지 아닌지 눈치를 봐야 했다. 머피는 결국 이들과 힘을 합쳐 데니를 병원에 옮길 수 있었다.
데니는 목숨은 구했지만 이미 그의 두개골은 90조각 이상으로 부서졌다. 그는 더 이상 말할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됐다. 당시 데니를 도왔던 4명은 모두 흑인이었고 그들은 광란의 폭동 속에 희망의 상징이 됐다고 야후뉴스가 29일 보도했다.
머피는 “세상에는 오직 한 인종만 있다. 그것은 인류(human race)”라고 말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머피는 “미국에는 여전히 더 나은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며 “사람은 인종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한 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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