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기태] 연구 윤리를 생각하며

Է:2012-04-29 18:24
ϱ
ũ
[시사풍향계-김기태] 연구 윤리를 생각하며

윤리란 ‘문화를 지배하는 규범으로서의 전통 또는 규율로서의 지침’을 뜻하며, 법률이나 관습과는 달리 개인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회적 행동규범 또는 규율을 가리킨다. 따라서 인간의 마음가짐, 행위에 대한 규범적인 기준과 관계가 깊은 까닭에 선과 악, 양심, 의무, 정의 등의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오래 전 플라톤이 내세운 지혜, 용기, 절제, 공정 등의 덕목은 윤리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며, 특히 학문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고도의 지식을 통해 나타나는 지혜, 불의를 뿌리칠 수 있는 용감성으로서의 용기, 현실에 알맞은 합리적 조정능력으로서의 절제, 그리고 정확성과 형평성을 뜻하는 공정이야말로 연구자가 지녀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윤리를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풀이한다면 학자 혹은 연구자로서의 윤리 또한 당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버젓이 표절을 통해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공정과 신뢰가 무너진 파렴치한 조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베끼기 용인하는 대학문화

문화선진국의 경우 학생의 표절은 심각한 반칙행위로 간주돼 고등학교라면 해당과제의 0점 처리, 대학교라면 해당과목 이수실패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상습적이거나 정도가 심각하면 정학이나 퇴학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표절이 발각되면 수여한 학위나 상이라도 취소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로 인식된다. 학생이 아닌 교수나 연구원의 표절은 신뢰도나 성실성의 손상은 물론 정직 또는 파면 사유가 될 수 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있는 난쟁이는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창작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저작물을 모방하거나 인용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말이다. 다만 난쟁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거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거인에게 그에 따르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거인과 난쟁이로 비유되는 저작자들이 혼재하는 우리 학계와 예술계에서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표절예방 교육 강화해야

모든 학계를 통틀어 통용되는 주지의 사실 중 하나가 바로 “객관적인 학문적 결과란 없다”는 것일 게다. 이 말은 그만큼 인문·사회과학뿐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주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런 학계의 현실에 대해 ‘지식의 불확실성’을 주장하는 이매뉴얼 월러스틴 같은 학자는 “지식의 복잡한 전문화가 끝없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각각의 특정한 과학적 진술에 대해 극소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제출된 증거의 질이나 자료 분석에 적용된 이론적 논거의 엄밀성을 개인적으로 합당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사리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저명한 권위에 의해 축적된 증거들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물며 내용으로서의 질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에만 얽매이거나, 그러한 형식마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횡설수설하는 글쓰기의 결과로 탄생한 연구성과라면 그것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을까? 연구논문에 있어서 정확한 글쓰기와 더불어 인용자료의 정확한 출처명시가 필요한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총선 혹은 고위층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때마다 후보자의 연구성과에 대한 시비 중 으뜸이 ‘표절’이라는 사실, 곧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연구행태가 우리 학계에 고스란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인용의 조건과 방식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표절예방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초·중·고교생의 교육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사범대와 교육대에 저작권 관련 과목을 적극 설강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모든 전공에 걸쳐 교양필수과목 또는 전공필수과목으로 가칭 ‘표절과 저작권’을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자녀들이 건강한 문화인, 당당한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