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젊은이들이여! 한바탕 혼돈에 빠져보자… ‘사람이 중심이지요’
사람이 중심이지요/허태수 지음/리즈앤북
글에는 글쓴이의 내면이 담겨 있다. 글쓴이의 인생관과 인생 궤적이 스며 있다. 그래서 글을 통해 글쓴이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춘천 성암교회를 담임하는 허태수 목사는 상당히 분방하고 파격적인 성향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심오하고 관조적인 사람인 것 같다. 그의 글은 그런 걸 잘 보여준다. 최근 출간된 저서 ‘사람이 중심이지요’(리즈앤북)는 그의 내면을 나타내는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만나는 젊은이들을 혼돈 속에 몰아넣어 사랑을 짓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 만든 글들입니다.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려면, 당신의 영혼 속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증빙하기 위한 내용인 셈이죠.”
책을 내고서 밝힌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기적으로 만나는 젊은이들에 대해선 꼭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매주 월요일 서울 청담동의 한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젊은이들과 삶과 신앙 등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그들의 영혼에 도움을 주고자 준비하면서 끼적인 것들을 정리했더니 한 권의 책이 됐네요.”
비로소 니체의 말을 인용해가며 내놓은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책 내용이 그의 말과 잘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폭포와 분수’라는 글의 한 부분을 보자.
“분수의 물줄기는 본시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위해 위로 치솟아 올랐던 것입니다. 하강하기 위해 상승한 것입니다. 잘 떨어지려고 높이 솟아올랐던 것입니다. 현실의 한 복판에서 몸 부비며 잘 살기 위해서 이상과 꿈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비상한 것입니다. 이것이 분수와 폭포의 차이입니다.”
이처럼 그의 글들은 대개 ‘관점의 전환’과 ‘시야의 확장’을 촉구하는 식이다. 제도화된 이성이 혼돈을 두려워하여 도망하고, 지성은 관성의 물(物)에 빠져 눈을 감아 버렸으며, 영성은 뼈대만 남아 불감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책은 크게 3개의 테마로 분류돼 있다.
제1장 ‘문학적 상상력과 사상의 지평’은 문학작품들의 행간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려는 글들이다. 제2장 ‘과학적 논리로 신앙 돌아보기’는 과학이라는 창으로 신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신앙의 관점을 다변화시키려는 글들이다. 제3장 ‘역사 속의 현실, 현실 속의 역사’는 역사적 맥락을 더듬어 성서의 사건들을 해석하면서 성서를 보는 시야를 종교의 울타리 너머까지 확장시켜주려는 글들이다.
그의 글들은 기존의 가치를 초월한다. 기독교의 고정관념도 가뿐히 넘어선다. “예수를 만나려면 예수를 죽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성서 읽기에 대해 “기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감리교단의 웨슬리출판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에게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출가를 결심하고 전남 백양사로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시인 천상병의 친구인 김재섭 선생을 만났습니다. 그로 인해서 이른바 80년대 서울 인사동 인물이 되고 휴머니티와 해석학을 배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포리즘을 연상시키는 그의 글이 한층 이해된다. 삼라만상과 인간에 대한 그의 선뜻한 시선도 이해된다. 성서 안의 의미들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으로 가져오려는 의도도 이해된다.
어쨌든 그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쩌면 읽는 것 자체가 곧 묵상이 된다. 교회와 교인들은 많은데 점점 신이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말, 향나무는 자기를 쳐서 쓰러뜨리는 도끼날에도 향을 토해낸다는 말, 모든 인간들만 아니라 자연과 우주까지 평화해야 진짜 샬롬이라는 말, 하나님이 자신의 피조물에 경탄했는데도 피조물의 정점인 인간들은 눈에 보이는 물상을 움켜쥐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말…. 그가 빠뜨리고자 하는 혼돈에 기꺼이 빠져볼 만하다.
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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