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숨쉬고 싶어요”… 근육병 환자의 생명줄 ‘호흡재활’

Է:2012-04-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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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숨쉬고 싶어요”… 근육병 환자의 생명줄 ‘호흡재활’

호흡장애환자 위한 사회안전망시스템 구축 시급

5년 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한 젊은 남자가 긴급 후송돼 왔다. 뚜렷한 이유를 몰라 그동안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로 지내다 갑자기 숨 쉬는 게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약 20년간 듀센형 근육병을 앓아온 배민우(26)씨의 사연이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 18일 “갑자기 숨을 잘 쉬지 못해 민우의 형이 쓰던 산소 호흡기를 댔더니 호흡곤란 증상이 더 심해지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민우 형 현우(28)씨 역시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지라 그녀는 더욱 놀랬다고 털어놨다. 그로부터 민우씨는 5년째 형과 같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호흡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두 형제가 앓고 있는 근육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온몸의 근육이 점차 약해지면서 사지마비를 동반하고 결국에는 호흡근육마저 마비돼 사망하게 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실제 근육병 환자의 약 90%가 20세 전후의 한창 나이에 호흡근육 마비로 사망한다. 이들에게 평소 호흡관리는 그야말로 생명 잇기의 필수요건인 셈이다.

과거 호흡근육 마비로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숨질 수밖에 없었던 근육병 환자들이 호흡재활치료기술 발전에 힘입어 불치병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현우 민우 형제처럼 ‘생명선의 끝’으로 여겨지던 20세를 넘기고, 40∼50세 이상 장수(?)하는 근육병 환자들이 늘고 있다.

호흡재활이란 근육병, 척수성 근위축증, 루게릭병 등의 신경근육 질환이나 폐쇄성 폐질환 또는 척수신경 마비로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호흡 장애 증상을 완화시켜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돕는 치료를 말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런 호흡곤란증후군 환자들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호흡재활센터를 운영하는 곳이다. 이 센터는 2009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원한 1억여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설립됐다. 지난해에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호흡재활중앙관리센터로 지정받았다.

이처럼 치료환경은 크게 발전했다. 문제는 오랜 투병생활에 따른 환자들의 경제난이다. 신경근육계 환자들은 병이 진행되면 필수 장비인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인공호흡기 도움 없이는 숨을 쉬기가 어려워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난을 겪은 환자들은 중고 제품을 제외하고 1000만∼3000만원이나 하는 인공호흡기를 마련하는 것조차 벅차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는 “근육병은 어릴 때 발생하기 때문에 병치레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 가정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후원자들도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팀이 현재 관리하는 호흡장애 환자는 총 1500여명이다. 이 중 절반가량인 650여명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기 후원자들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는 환자는 163명에 불과하다. 몇몇 단체와 개인 기부자 30여명이 이들을 돕고 있는 정도다.

이런 개인적 부담을 줄이려면 호흡장애 발생 초기부터 환자들을 적극 관리해 인공호흡기 사용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또한 센터 운영 예산이 부족해 여의치 않다. 강 교수는 “전국적인 역학조사를 통한 환자 조기발견 및 관리 체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육병 등 각종 호흡장애 환자를 돕는 사회안전망 역시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강 교수는 “전문적인 치료센터를 만들어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환자를 경제적·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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