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한석동] 병든 사회와 썩은 경찰

Է:2012-04-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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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한석동] 병든 사회와 썩은 경찰

대한민국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자조한 때가 있었다. 시스템에 의해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정실이 더 지배해 굴러가던 사회를 그렇게 빗대 불렀다.

그 무렵, 거의 항상 경찰은 그 후진 사회의 중심에 있었다. 경찰관서는 죽은 사람 살려내는 일만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통했다. 각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적 갈급이 심했던 터라 실제로 경찰에서 조사 받다 목숨을 잃거나 혹독한 고문에 시달려 죽다 살아난 사람이 드물지 않았다.

누가 그들을 유혹하는가

돈과 욕정으로 부패하고 타락하지 않은 곳 또한 없다시피 했다. 썩은 시절에 경찰이 온전했을 리 없다. 되레 비리 부정부패의 대명사였을 정도다. 공직청렴도 만년 꼴찌인 것에 면역된 탓도 있겠으나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경찰의 비위에 사람들은 이제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는다.

허다한 공직비리 가운데 경찰의 부정부패가 유별나 보이는 것은 바로 사법적 권력 속성에서 비롯된다. 경찰관서가 인신을 구속하는 최일선 기구여서다. 마음먹기에 따라 경찰은 대다수 민생현장의 생사여탈권을 틀어쥐고 있다.

그들에게 숱한 사람이 알아서 기는 배경은 그것이다. 수많은 경찰관이 비리 유혹에 쉽게 함몰되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이 민원인과 경찰의 공생 출발점이다. 물론 그 선행요인은 유혹하는 쪽의 불·탈법 범죄행위다. 이런 경우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 성매매업소 등이 주거래처임은 익히 보아왔다.

그들은 눈치로 따지면 9단이다. (경찰에) 조금 갖다 바치고 큰 이득을 챙기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그들로서는 그보다 나은 상부상조나 미풍양속이 없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탈선한 경찰관들이 공생 파트너들과 유착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견제기능이 사라져 더 큰 낭패를 불러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어서 경찰관서도 성범죄에서 강·절도에 이르기까지 속이 만만치 않다. 주로 퇴폐업소와 결탁해 단속정보를 흘려주거나 수사 무마 또는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로 그들은 수금하듯 뇌물을 받아 챙긴다. 퇴폐상품이 만연한 것은 사회가 그만큼 병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퇴영의 그림자 걷어내야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경찰지구대에서 대형 뇌물사건이 불거졌다. 이른바 대형 룸살롱 황제로부터 2년 동안 십수 억원을 받았고 처벌 대상자가 최소 50명이라고 한다. 이 사건은 일부 수뇌급 간부 비위를 포함해 크고 작은 경찰관 독직의 연장선에서 터져나왔다. 더 일찍이는 전직 경찰청장까지 재임 중 금품비리로 구속된 적이 있다.

‘뼈를 깎는’ 반성도 한두 번이어야지 경찰조직에 더는 깎을 뼈가 남았을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다수의 청렴하고 유능한 경찰관이 불명예 덤터기를 함께 뒤집어쓴 것과 전체 경찰조직이 회복하기 어려운 신뢰 위기에 빠진 것은 국가적으로 여간 불행이 아니다.

해악으로 말을 하자면 경찰의 오랜 공적에 견주어 이 정도 탈선은 고상하게 호박씨 까대는 저 많은 개인과 집단들에야 비할 바 못된다. 아무렴 스스로의 거짓과 위선 따위에 눈 한번 깜빡하지도 않고 갖가지 감언이나 이설, 궤변, 정치선동으로 나라를 휘저어대는 무리만큼 경찰이 사악할까. 선지자인 양 그들은 저마다 목청껏 소리 높여 정의를 부르짖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좋을 정의는 이 땅에 아직 없다.

지금 경찰이 할 일은 경찰관서마다 무의미한 새 구호 간판을 또 다시 허접하게 내거는 것이 아니다. 그런 데 쓸 국민세금으로 소리 없이 소통하며 낮은 자세로 내실을 다지는 것이 그나마 대책이다.

더불어 그들에게 무차별적 질타만으로 하루아침에 기념비적 도덕성을 강요할 것도 아니다. 부정하게 경찰과 공생하겠다는, 그래서 좋은 게 좋다는 퇴영적 사고가 여태 지혜처럼 통용되는 미성숙사회를 미몽에서 깨우는 것이 먼저다.

한석동(동의대 초빙교수·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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