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지도자의 도덕성
정신과 의사이며 수필가로도 이름을 날린 최신해(1919∼1991)의 책 ‘심야의 해바라기’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연산군이 상대한 여인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역사에도 해박했던 최신해는 왕조실록은 물론 다양한 자료를 뒤져 장록수, 월산대군 부인 등이 모두 연상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성종이 죽자 그가 가장 아끼던 꽃사슴을 직접 활로 쏴 죽인 것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다. 어린 시절 생모인 폐비 윤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인으로부터 모성애 같은 사랑을 갈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 소혜왕후를 머리로 받아 숨지게 하고 기생을 궁궐로 불러 밤낮없이 놀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도덕적 불감증은 백성과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왕의 전횡은 제어할 방법이 별로 없다. 간언을 하는 자리가 있긴 하지만 연산군은 이 자리를 없애 버렸다. 신하들은 결국 목숨을 건 쿠데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정(反正)이란 성공한 쿠데타의 다른 이름이지만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민주주의시대라고 해서 부도덕한 지도자를 내몰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정해진 임기가 있는데다 사퇴 규정이 법에 정해져 있어 부도덕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국민들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란 다음 선거에 그를 뽑지 않는 소극적인 방법이 있을 뿐이다.
박사학위 논문을 베꼈다는 비난과 제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여당의 총선 당선자 두 사람도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배지 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서울시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이게도 법이 도덕 불감증이 심한 지도층 인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률을 규정한 것이 법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서민들은 천하일색 황진이를 보고도 미동도 하지 않았던 서화담 같은 도덕적 경지의 인물을 지도자로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상식적인 선의 도덕성만 갖추어도 대환영이다. 도대체 자기가 한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는 지도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단련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기는 정말 어려운 일 아닌가.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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