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논산에 왔나 하는 내적 필연성을 찾는 중”… 산문집 ‘나의 사랑은…’ 펴낸 소설가 박범신
“논산에 훈련소만 있는 게 아니다, 라는 의미를 담아 ‘논산일기 2011’이라는 부제를 붙여보았지요. 조선 중·후반기에는 국가 이데올로기가 논산에 집중돼 있었어요. 서인세력인 율곡 선생의 법통을 이어받은 김장생파의 근거지가 논산이었지요. 왕건이 견훤을 물리치고 천하통일을 한 천호산 아래에 집을 얻어 내려가서 겨울을 나며 쓴 작가 일기죠.”
지난해 7월 명지대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고향 충남 논산으로 홀연히 낙향했던 소설가 박범신(66·사진)씨가 산문집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논산일기 2011’(은행나무) 출간에 즈음해 19일 서울 안국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산문집은 그에게 문학적 감수성을 배태하게 해준 고향 이야기와 집 앞 호숫가를 산책하며 떠오른 단상들을 거의 날 것으로 보여주는 문학적 고백록이다. “왜 내가 논산에 왔나, 하는 내적 필연성을 찾아가는 글이라고나 할까요. 내가 충동으로 사는 인간이라서 내적 필연성 없이 갑자기 내려간 것인데 그건 하나의 형식이고 그 내적 필연성을 찾기가 힘들더군요. 한동안 갈팡질팡했어요. 왜 지금 이 시기에 논산인가. 나의 문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 자체를 은밀히 수사하다가 공개수사로 들어간 것이 이 산문집이지요.”
40번째 소설을 쓰기 위해 내려간 논산에서 그는 자신의 지난 ‘한 시기’가 금강 수평선에 드리워진 붉은 노을처럼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았다고 산문집에 털어놓았다.
“‘한 시기가 끝나면 한 시기가 시작된다’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소설은 한 글자도 써지지 않았고,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만이 아름답더군요. 집도 춥고 보일러도 안돌아가고 해서 그나마 온기가 있는 방 하나에 이부자리를 펴놓았는데 이젠 냄비에 재떨이에 책까지 들어와 옛날 원룸에서 자취하던 생각이 나더군요. 눈에 헛것이 보이기도 했지요. 물론 내 자의식이 만들어낸 헛것이겠지만 때로는 그것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아주 구체적인 실감이 있었지요. 사실 금강 문화권은 패배의 역사이지요. 무덤 뗏장 밑에 있는 그들이 나를 매개로 말을 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우리 역사가 만들어낸 헛것과 내가 만들어낸 헛것 사이에서 차기작이 나올 거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영화 ‘은교’ 원작자이기도 한 그는 “마침 어제(18일) 시사회를 봤다”며 “영화의 몇 몇 장면에서 원작을 뛰어넘는 감성이 느껴질 정도로 흡족한 작품”이라며 후한 점수를 매겼다. “젊었을 때 목공일을 한 일이 있는데 얼마 전 논산 집에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놓았어요. 직접 목공일을 해서 두 살배기 손녀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식탁을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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