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파파라치 양성학원
적확한 번역어가 없어 어느새 우리말처럼 쓰이는 이탈리아어 파파라치는 원래 복수(複數)형이다. 단수형은 파파라초(남성형) 또는 파파라차(여성형)다.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맨,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을 따라다니면서 사생활을 몰래 사진 찍어 대중매체에 파는 직업적 사진가를 일컫는 이 말의 기원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1960년 걸작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 나오는 사진기자의 이름이 파파라초였던 것.
펠리니는 이 이름을 성가시게 구는 곤충을 뜻하는 이탈리아 방언에서 따왔다고 하거니와 실제로 이탈리아 방언 중에는 작은 모기를 뜻하는 말로 ‘파파타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이미지는 모기 정도를 뛰어넘는다. 외국어를 한자로 절묘하게 잘도 번역하는 중국의 경우 파파라치를 ‘구자대(狗仔隊)’라고 부른다. ‘개** 패거리’란 뜻.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파파라치라는 말이 원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보상금을 받을 목적으로 일반인들의 범법행위를 몰래 촬영해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것. 신고하는 불법행위를 머리에 붙여 ‘카파라치’(교통법규 위반차량), ‘학파라치’(불법영업 학원이나 불법 과외) 등 ‘○파라치’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파파라치는 수십개나 된다. 그럴 것이 현재 중앙부처가 70개, 지방자치단체가 900여개의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파파라치 양성 학원 간판을 내걸고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파파라치도 잘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을 끌어 모아 카메라 등 장비부터 고가로 팔아먹거나 수강료를 받아놓고 제대로 강의도 하지 않는 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기꾼들보다도 파파라치가 돼 돈을 벌어보겠다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좋게 말하면 고발의식 투철한 용감한 시민이지만 나쁘게 보면 고자질쟁이가 파파라치다. 고발과 고자질은 애당초 구별이 모호할 뿐 아니라 ‘일러바치기’라는 본질은 같다.
일찍이 조선 중기의 문신 이정(李瀞)은 ‘남의 비위나 들추어 고자질 잘하는 것을 간민(姦民)이라 하여 참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탓에 파파라치라도 하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려는 사람들이나 그들을 등쳐먹는 사람들이나 개탄스럽긴 마찬가지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