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곽경근] 사진가에게 필요한 에티켓

Է:2012-04-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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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곽경근] 사진가에게 필요한 에티켓

만산의 연둣빛 봄 내음이 출사(出寫)를 재촉한다. 모처럼 밥벌이 사진가(?)에서 벗어나 벗들과 촬영 길에 나섰다. 창밖 풍경을 흘려보내며 ‘사진이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다양한 기능과 편리성, 고화질로 무장한 디지털카메라와 주머니 속의 ‘명기’ 스마트폰이 전 국민을 사진작가로 만들었다. 안드레아스 파이닝거는 “현대의 모든 상형언어 중에서 가장 완벽한 언어는 사진”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한국인의 넘치는 끼와 풍부한 감성, 열정 DNA가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디카 시장으로 만들었다. 인터넷에는 훌륭한 작품이 넘쳐나고 사건사고 현장에는 부지런한 시민기자들이 사진기자에 한 발 앞서 특종을 담아낸다.

이렇듯 사진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자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설렘, 때론 오랜 기다림 속에서 대자연의 감동이 눈앞에 펼쳐질 때 느끼는 창작의 즐거움이다. 절정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은 붓(카메라)과 물감(다양한 빛)만 있으면 혼자만의 세계를 그려 낼 수 있는 미적 공간인 동시에 진실된 사진 한 장은 시대의 파수꾼 역할도 담당한다.

또 있다. 좋은 사진과 만나려면 험한 산길이나 바닷길,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걸어야 하므로 건강에 유익함은 물론 심신의 에너지가 충전된다. 늘 새로운 풍경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생각을 나누니 삶이 풍요로워진다. 디지털 사진은 촬영 후 보정이 필요해 컴퓨터와 친해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리어답터가 된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빛 따라 길 따라 방랑하는 디지털 유목민의 수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 만큼 아쉬운 것이 촬영 에티켓이다. 소문난 촬영지의 포토존에는 자리싸움이 치열해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아예 끈으로 펜스를 치거나 삼각대로 철옹성을 쌓기도 한다. 공원묘지로 통하는 외길에 차량을 함부로 세워 장례가 지연되기도 했고, 주민과의 갈등 끝에 촬영 포인트로 사랑받던 미인송이 잘려 나간 일, 새 생명을 품고 있는 어미 새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줘 결국 둥지를 포기하게 만드는 일도 봤다. 심지어 이끼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 없이 험한 계곡에 들어섰다가 목숨을 잃는 사진가도 있었다.

그렇다면 사진가에게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촬영지에서 마을 주민들을 만나면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보온병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이라도 건네는 친절, 자신의 좋은 촬영 포인트도 잠시 양보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진을 찍어 자신의 공간에 갈무리하는 데서 나아가 소외된 농어촌 마을의 어르신 인물사진을 찍어주거나 학교운동회 혹은 지역축제에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자의 삶이 아름답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담아내기 위해 앵글에 거슬리는 나무를 훼손하거나 페트병, 귤껍질, 과자봉투를 버려 빈축을 사서는 안 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쓰레기봉투를 나눠주고 촬영지 주변을 청소하는 사진가나 동호회가 늘고 있다. 사진가는 곧 환경운동가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가능하면 촬영지에서 먹고 잠자고, 지역특산물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마을 구판장에서 음료수라도 한 병 사서 마시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 현지에서 환대받는 데서 나아가 마을 주민이나 관공서에서 좋은 출사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최근 들어 각 지자체에서 사진가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포토존’ 설치를 확대하고 특산물 판매대도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신경 쓰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이제 사진가들이 현장을 배려하고 보답할 때다.

곽경근 사진부 선임기자 kkkw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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