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혜련] 당신을 설레게 할 수 있다면
“내 아내는 지적이고 예쁘게 생겼다.” 어느 날 집으로 배달된 편지를 뜯어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남편이 내게 보낸 편지였다. 매일 함께 사는 그에게서 편지가 온 것도 놀랍지만 예쁜 것과 거리가 먼 내 얼굴을 놓고 ‘예쁘다’라고 하니 괜스레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알고 보니 그가 최근 ‘아버지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시간에 숙제로 편지를 띄운 것이었다. 그리고 열거한 아내의 장점 20가지 중에 첫 번째 항목으로 내 ‘미모’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학교에서 시켜서 썼네” 하면서도 첫 번째 장점이 영 마음에 걸렸다. 생전 예쁘게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처지인지라 “20가지나 열거하려니 칭찬거리가 달렸나보네” 하고 지나치려 했다.
그래도 그게 아니었다. 첫 번째부터 미모 운운 한 것이 어째 진정성이 떨어진 듯하여 슬그머니 기분이 언짢아져 항의하듯 따지니 “아니, 내가 그렇다는데… 당신은 웃으면 참 예뻐.”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 이후 거울을 볼 때마다 슬쩍 웃음 짓는 나 자신을 보면 “칭찬이 무섭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평소 별 표현이 없이 무심한 남편을 다그치던 내가 어느새 ‘속이 깊은 사람’으로 그를 착각케 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 숙제에 대한 답글로 그의 장점을 살펴보아야 했다. 남편의 못미더운 구석에 늘 불평만 늘어놓았던 내가 20가지의 장점을 어떻게 찾아 써 보내나 골치가 아파왔다.
그러나 숙제를 해서 ‘부부 만남’ 시간에 발표까지 해야 한다니 도리가 없었다. 하나 둘, 그의 장점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라웠다. “남의 탓을 안 한다. 화내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27번째까지 써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한 번도 그의 장점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오로지 부부싸움을 하면서 그의 단점만을 지적하며 핏대를 올렸던 것이다.
남편은 아들에게도 같은 숙제를 해서 보냈다. 아들의 장점 20가지는 비닐 코팅이 돼 지금 아이의 방 벽에 붙어있다. 우리 집안 분위기 곳곳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숙제 편지가 배달된 이후가 아닌가 싶다.
칭찬의 플라시보 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칭찬은 행복한 인간관계의 지름길이 아닐까. “너의 행복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있다”는 금언도 있다. 우리 모두 ‘칭찬의 달인 되기’를 올해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개인의 목표 달성이 타인까지 덩달아 행복하게 하는 경우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닌가.
칭찬 전문가들은 ‘약이 되는 칭찬’으로 합당한 칭찬,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칭찬을 꼽고 있다. 상대가 무언가 잘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 “역시∼”. 이 짧은 한마디로도 누구든 설레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고혜련 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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