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부부
여성의 존재감이 별로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16세기 조선의 양반 가정에서는 의외로 안주인의 권세가 대단했다. 이 시기 선비 유희춘이 쓴 ‘미암일기’(사계절)에 따르면 부인 송덕봉은 학문과 예술에도 뛰어났을 뿐 아니라 미암을 꽉 쥐다시피 하고 살았다. 두 사람은 금실도 무척 좋았다고 한다.
둘 사이의 편지글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홀로 서울에서 수개월 독숙하며 일체 여색을 멀리했던 미암은 “갚기 어려운 은혜를 입은 줄 알라”고 은근히 자랑하는 편지를 부인에게 보냈다. 그러자 부인은 남편을 힐난하는 장문의 답장을 썼다. 내용은 나이가 60이 가까우니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신의 건강이 좋아지는 것이지 자신에게 갚기 어려운 은혜를 베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조의 탕평책을 추진한 핵심 인물인 명재상 채제공(蔡濟恭)의 부인 사랑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생전 부인이 자신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손수 지은 모시옷을 발견하고는 시를 한 수 지었다. 누가 황천에 가거든 모시옷이 낭군 몸에 한 치도 틀림없이 잘 맞더라고 전해달라는 내용이다.
부부의 화목은 행복이 솟아나는 샘과 같다. 화목은 건강과 장수의 최고 비결이기도 하다. 실제 외국에서는 과학적으로 이를 밝히기도 했다. 결혼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독일 루르 대학교 헨드릭 슈미츠 교수팀에 따르면 결혼한 남자는 아내의 잔소리 때문에 아프지 않아도 의사를 찾아가는 비율이 혼자 사는 남자보다 6% 더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달리는 것은 독신남보다 20%나 더 많이 했다.
이뿐 아니다. 결혼남이 독신남보다 평균 10년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부부 사이가 좋은 경우에는 신체 연령이 평균 7년 반이나 젊다는 조사도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 총각이나 혼자 사는 남녀는 한번쯤 참고해볼 만한 자료다. 미국 뉴욕주립대 마이클 로이젠 박사팀의 연구다.
부부가 같이 오래 사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연구도 물론 있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수명 연장으로 여성이 남편을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노부부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항목에 여성의 71.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66.4%였다.
다행인 것은 실제로 늙은 남편을 돌보는 것이 싫다는 것이 아니고 그럴지도 모른다는 예상 답변이라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 부인 고생시켰다가는 말년에 후회한다는 경고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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