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물안개가 빚은 한폭의 수채화, 눈이 부시다… 신록이 아름다운 저수지 3선
신록과 봄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여기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저수지와 어우러진 신록과 봄꽃은 한 폭의 수채화나 다름없다. 왕버드나무 고목이 멋스런 청송 주산지를 비롯해 왕버드나무 신록과 복사꽃이 어우러지는 경산 반곡지, 그리고 산벚꽃이 반영을 드리우는 화순 세량지를 찾아본다.
산벚꽃 싱그러운 자태는 ‘황홀경 그 자체’… 전남 화순 세량지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화사한 산벚꽃과 버드나무 신록이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서 어른거리는 세량지는 한 폭의 수채화. 세량지는 사진작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진 곳이다. 산벚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에는 사진작가들이 하루에 수천 명이나 찾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화순 세량리의 원래 지명은 새암(샘)이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새암곡으로 불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양동이 됐다가 일제강점기에 지금의 세량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행정구역은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이지만 광주에서 접근이 쉽다. 광주시 남구에 위치한 광주대학교에서 도곡온천 방향으로 칠구재터널을 지나면 오른쪽이 바로 세량리 입구다.
마을 입구에서 저수지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약간 가파른 마지막 비탈을 오르면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저수지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에 세량지를 찾지만 낮에도 세량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특히 주말 새벽에는 저수지 둑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평일 새벽에 세량지를 찾는 것이 좋다.
세량지의 새벽은 시시각각 변하는 한 폭의 풍경화다. 수면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암청색 어둠이 물러나면 짙은 녹색의 삼나무와 연두색으로 단장한 버드나무, 그리고 연분홍 꽃이 활짝 핀 산벚나무들이 싱그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어 저수지 수면에는 색색의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파스텔 톤의 반영이 드리워지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저수지를 깨운다. 잔물결이 출렁이고 물안개가 움직일 때마다 물감을 섞어 휘저은 듯한 황홀한 자태는 맞은편의 낮은 산등성이에서 해가 솟을 때까지 계속 연출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된 세량지는 최근 내린 봄비로 사진 찍기 좋을 만큼 물이 찼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개화 시기가 늦어져 세량지의 산벚꽃은 이달 하순쯤 만개할 전망이다(화순군청 문화관광과 061-379-3074).
복사꽃·왕버들 어우러진 ‘한국판 무릉도원’… 경북 경산 반곡지
연두색 왕버드나무 새순과 분홍색 복사꽃이 파스텔 톤의 반영을 그리는 반곡지는 한국판 무릉도원이다. 반곡지를 중심으로 30여 가구가 오순도순 처마를 맞댄 경산시 남산면의 반곡리는 해마다 이맘때면 복사꽃이 장관을 이루는 동요 속 산골마을을 연출한다.
반곡지가 사진촬영 명소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몇 해 전부터. 경산지역 사진작가들이 반곡지 둑에 뿌리를 내린 20여 그루의 아름드리 왕버드나무 반영을 인터넷에 올리자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청송의 주산지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계절 중에서도 반곡지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왕버드나무 고목에서 연두색 새순이 돋아나고 저수지를 둘러싼 과수원에서 복사꽃이 만발하는 4월 중순에서 하순 무렵. 특히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바람이 잔잔하면 수면에 비친 왕버드나무 반영이 데칼코마니 기법의 그림처럼 환상적이다.
유서 깊은 반곡리에 아침이 찾아왔다. 고요하던 반곡지 수면에서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태양이 고도를 높이자 왕버드나무의 연두색 새순이 발광을 하고 분홍색 복사꽃은 새색시의 볼처럼 더욱 화사해진다. 150m 길이의 반곡지 둑길은 웨딩촬영지로도 이름났다. 제비꽃과 개불알풀꽃 등 수수하면서도 청초한 모습의 봄꽃들이 수를 놓은 둑길에 서면 오랜 세월 끝에 고사목으로 늙어가는 왕버드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연륜을 자랑한다. 어떤 나무는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어떤 나무는 속이 텅 빈 채 죽어가지만 가지에서는 수백 년째 새싹이 돋아난다.
반곡지는 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느낌도 제각각이다. 복숭아밭 한가운데에 위치한 폐가의 옥상에서 보는 반곡지는 복사꽃과 왕버드나무가 어우러져 보기 드문 풍경을 연출한다. 복숭아밭과 저수지가 만나는 곳은 수면에 비친 왕버드나무가 그림자처럼 보이는 포인트. 아스팔트 도로 갓길에서 보면 줄지어 있는 왕버드나무 군락의 원근감이 생생하다(경산시 새마을문화과 053-810-5365).
새벽 안개 뚫고 우뚝 선 왕버들 고목 ‘비경’… 경북 청송 주산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청송의 주산지는 300여 년 전 조선 경종 때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 길이 100m, 너비 50m, 평균 수심 7.8m로 물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드나무 고목의 모습이 이채롭다.
주산지는 기암절벽과 폭포가 아름다워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주왕산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행정구역은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저수지에 자생하는 300년 수령의 왕버들과 능수버들이 물 위에 떠있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신록이 아름다운 봄과 단풍이 알록달록한 가을에는 사진작가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깊은 산속에 위치한 주산지는 찾아가는 길부터 황홀하다. 이전사거리에서 절골계곡을 향해 달리다 이전리 사과밭에서 오른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비포장 산책로를 1㎞ 정도 걸으면 제방길이 100m, 둘레 1㎞에 불과한 주산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산지의 왕버드나무 고목은 24그루. 이른 새벽 수면에 띠를 두른 듯한 물안개를 뚫고 우뚝 솟은 고목에서는 오랜 연륜이 느껴진다. 일부는 가지가 부러지고 썩어 둥치를 드러냈다. 그래도 뿌리인지 줄기인지 알 수 없는 나무둥치에서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연둣빛 새싹이 돋아난다. 주산지의 신록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이달 말부터 5월 중순까지로 일교차가 큰 날에는 어김없이 물안개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왕버드나무의 고사 속도가 빨라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20여 년 전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저수지 물 높이를 2m에서 8m로 높이면서 고령의 왕버드나무가 1년에 2∼3달을 제외하고는 계속 깊은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청송군은 주산지의 왕버드나무를 살리기 위해 후계목을 육성하는 등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청송군 문화관광과 054-870-6236).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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