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배병우] 북한,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Է:2012-04-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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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배병우] 북한,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미국이 득의만면했던 ‘2·29 합의’와 곧 이은 북한의 위성 발사 발표는 북·미 간 30년에 걸친 핵을 둘러싼 줄다리기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3월 15일(미국시간) 밤 북 발표 직후 미 정부 당국자들의 모습은 민망할 정도였다. 몇 시간 전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위성 발사 계획을 공식 통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무부는 다음날 새벽 같은 내용의 성명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빅토리아 뉼런드 대변인 명의로 2번이나 낼 정도로 당황한 모습이었다. 다음날 정례 브리핑에서 뉼런드 대변인은 “북한이 (2월 29일 당시) 진심으로 합의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자신들이 속은 것 같다는 것으로, 협상 주체로서는 뼈아픈 고백이었다.

2·29 합의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지난해 김정일 사망 전에 올해 4월 15일을 전후해 광명성 3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미국 측에 통보한 것이 확인된다.

이를 감안하면 논란의 핵심인 ‘미사일과 핵실험 동결’ 조항에 위성 발사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 양측이 동상이몽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를 구두로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하지만, 문서화하거나 다른 ‘끈 달린’ 강제조항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도 없이 서둘러 합의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서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 등이 ‘나이브했다’, 심지어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일 같은 지도자도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집권 후 2년 이상 북한과의 대화나 접촉을 사실상 중단하다가 지난해 2월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데다 북한이 몸 달아 할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도리어 북한 특유의 ‘지연과 기만술’에 말려들 수 있다는 얘기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대북협상 비관론자들의 예상이 입증됐고, 오바마 행정부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앞으로 이들의 강경론이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강대국들의 거센 견제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주궤도에 위성을 쏘아올린 것을 김씨 왕조의 업적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다. 아울러 향상된 핵과 미사일 잠재력을 무기로 미국과 그 우방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는 속셈을 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번 써먹은 이 전략의 효용이 이제 이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여럿 포착된다. 첫째 파탄 난 경제와 심각한 식량 부족을 감안할 때 북한체제가 이번 협정 파기에 따를 ‘고난의 행군’을 다시 견뎌낼지 의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중국의 입장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법을 무시한 철저한 외톨이가 된 북한을 감싸는 것이 갈수록 지도국 중국의 위상에 부담이 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와 미 의회 등을 중심으로 북한 수용소의 참혹한 실상이 연일 폭로되는 등 북한의 인권 문제가 국제 이슈화되는 것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서 대접받기를 바라지만 자신의 국민을 야만적으로 대우한다는 더욱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이 전투에서 이겼을진 몰라도 이미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들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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